보수당의 참패는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세계적인 금리인상 러시 등을 겪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겨우 0.1%에 그쳤다. 나랏빚은 GDP 대비 100%를 넘어설 만큼 심각하다. 고령화 속에 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이 마당에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과 잦은 총리 교체 속에 민생을 돌보는 데 실패했다.
스타머의 실용주의는 재무장관에 레이철 리브스를 임명한 데서 잘 드러난다. 리브스는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재정건전성을 중시한다. 로이터 통신은 “리브스는 이데올로기보다 실리(Pragmatism)를 내세우는 스타머 총리와 판박이”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는 “앞으로 여러분은 교조(Doctrine)에서 벗어난 정부, 오로지 여러분의 이익에 봉사하려는 일념에 따라 움직이는 정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과거 제3의 길을 주창해 노동당 장기집권을 이끈 토니 블레어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