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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달 후 갚겠다던 친구는 1년, 2년이 지나도록 갚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사업 사정이 나빠지면서 사업체를 정리했고, 빚만 떠안은 채 아내와 이혼을 했습니다. 친구 앞으로 된 재산은 이미 다 날리고, 저당까지 잡혀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다만 당시에 구매한 아파트는 친구 아내 명의로 매매를 했던 상황이라 아내에게 주고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 아내 명의로 구매한 아파트는 제가 돈을 빌려준 시기에 매매 계약이 됐습니다. 친구가 돈이 모자랐는데 제가 돈을 빌려줘서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를 믿고 빌려준 5000만원을 그냥 날리게 생겼습니다. 친구는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이혼한 친구 아내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아파트에 근저당권 설정이 가능할까요? 채무자와 근저당권자를 모두 친구 아내로 해서 떼인 돈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친구에게 입금한 돈이 집을 매매하는데 사용됐는데요. 친구 아내가 공동 채무자는 될 수 없을까요?
△타인의 예금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경우를 법적으로 볼 때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즉 타인의 예금 계좌로 송금했다고 해서 그 예금주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 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친구 부부가 아내 명의로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돈이 부족해 빌린 경우, 설령 남편 계좌로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대여금 수령 방법으로 남편 계좌를 지정했다면 채무자는 아내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 예금 계좌인지 여부가 아니라 돈을 빌려주고 받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입니다. 친구 아내가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돈이 필요하다 빌려달라고 했고, 그 점을 밝힐 수 있다면 친구 아내가 채무자이므로 친구 아내에게 변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부부가 연대해서 채무를 갚아야 하는 경우인 ‘일상가사채무’는 어떤 것인가요?
가족 생활비, 자녀 교육비, 병원비 등으로 빚을 졌다면, 부부 모두에게 갚을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사연에서처럼 부부가 집을 사면서 빌린 돈도 가족의 주거 마련과 관련되므로 일상가사채무에 해당하고, 당연히 아내에게 변제 책임이 있습니다.
-친구와 이혼한 전 아내의 재산에 근저당권 설정은 가능할까요?
△저당권은 채권자가 채무자 재산에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저당권설정계약이 있어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해야 설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연에서는 친구 아내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저당권 설정에 동의할 리 없습니다. 따라서 저당권 설정은 가능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돈을 빌려줄 때는 미리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돈을 빌려주기 전에 미리 변제를 담보할 부동산이 있는지 확인하고, 저당권 설정에 관한 약정까지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전 재산을 아내에게 넘기고 빚만 안고 이혼을 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나요?
다만 재산분할이 상당 정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재산분할의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 외에 유책배우자의 위자료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분할을 사해행위로 취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사연자가 빌려준 5000만원을 받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 아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으면 친구 아내 아파트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 중에라도 친구 아내가 집을 팔아버리고 현금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은닉하면 추후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집행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 제기와 동시에 또는 소 제기 전에 친구 아내 아파트에 우선 가압류를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가압류를 하려면 일상가사채무라는 점이 소명돼야 합니다. 따라서 친구에게 송금한 내역뿐만아니라 차용증이 있는지, 친구 부부가 집 구입 자금으로 돈을 빌려 달라고 한 문자나 녹음 등이 있는지 확인하고, 최대한 증거 자료를 모아 소송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