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계파 정리용 공천을 노골화하면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의 분란은 친명-친문 전면전으로 치달으며 분당 직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당권과 대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원내외 호위 무사들에게 대거 공천장을 쥐여준 데서 온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그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정동영 전 의원에게 지역구 경선 기회를 주는 한편 4선의 이인영 의원은 단수 공천했다. 모두 고령과 터줏대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다. 이쯤 되면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고 한 이 대표의 물갈이 발언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세대교체와 운동권정치 청산을 다짐한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역시 혁신을 통한 새정치 구현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감동은 고사하고 여성과 젊은 정치인의 새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 구태 공천, 자질·역량과 관계없이 충성심을 잣대로 안겨주는 방패 공천은 정치 혁신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22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저질로 비판받는 21대 국회의 재판이 되지 않으려면 두 당은 지금부터라도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 기대에 부응할 후보자들을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