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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결과 왕씨는 숨진 지 20일 가까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상당히 부패가 진행돼 있었다. 입주민들은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은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기간 왕씨 시신이 담긴 물탱크를 통해 A동에 물이 공급됐고, 입주민들은 이 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썼다.
실제로 입주민 건강이 염려됐다. 부패한 시신에서 나온 세균과 병균이 감염과 전염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구미시 측은 수돗물을 여과하고 남은 염소가 시신의 세균을 제압했을 것이라 염려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밝혔다.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건물이었다. 구조적인 한계 탓에 상수도 배관을 통한 직접 급수가 아니라 물탱크를 통한 간접 급수가 이뤄졌다. 이런 이유에서 건물은 곧 허물려 재건축될 예정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일부는 이주해 빈집도 상당했다. 나머지 입주민도 다음 달 이주를 앞둔 상황이었다. 단지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물탱크 관리도 부실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예정보다 일찍 이사를 떠났다.
돌고 돌아서, 왕씨가 아파트 물탱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체류자 왕씨는 남해안 일대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상을 보여 일터에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게 주변인 진술이다. 사고 직전 부산에서 구미로 왔다.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이었다. 해당 아파트에서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왕씨의 모습이 주민에게 목격됐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타살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왕씨가 받지 못한 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