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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만 원권 위조지폐 7000장을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한 가방에 넣어 약속된 장소에 가져다 놨다. 그러나 약속된 시각 퀵서비스 배달원 분장을 한 범인이 오토바이를 탄 채 나타나 순식간에 가방을 낚아채 도망갔다.
또 20여 분 만에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성공한 범인들은 가방에서 돈만 꺼낸 뒤 가방은 버렸기에 GPS 위치 추적은 끊기고 말았다. 경찰의 작전 실패로 이젠 피해자의 신변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범인들이 위조지폐라는 사실에 분노해 피해자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걸까. 경찰이 준비한 위폐는 의외로 정교했다. 위폐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범인들은 A씨 남편의 문자를 받고 경기도 광명시의 한 도로에서 A씨를 풀어 주면서 그에게 차비 조로 위폐 7장을 건네주기까지 했다. 천만다행으로 A씨의 목숨을 구하면서 괴한들의 납치극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탐문을 통해 2월 13일 범인 중 한 명인 심모 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남은 범인인 정 씨는 잡지 못하자 경찰은 2월 18일 포상금 500만 원을 걸고 공개 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포상금은 1000만 원까지 올라갔다. 정 씨는 위폐를 서울 전역에서 사용하고 다녔다. 경찰의 예상과 달리 위폐는 진폐와 구별이 어려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투입하기 전까지 이를 깨닫지 못한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의 계산대 등지에는 위폐의 일련번호와 정보가 담긴 안내판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후 정 씨는 부녀자 등을 납치해 폭행하고 금품을 뜯어낸 혐의(인질 강도 등)로 구속 기소돼 징역 12년을, 공범 심 씨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정 씨의 도피를 도운 김모 씨에겐 징역 3년6월이 선고됐다. 이들은 이후 모두 만기 출소했다.
경찰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실수로 위폐가 시중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경찰은 그동안의 위조지폐를 사용한 수사의 허점을 인정하고 기존에 만들어 뒀던 12억 원어치의 위조지폐를 모두 폐기 처분했다. 아울러 이 사건 이후에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진폐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대부분은 피해자 가족들이 돈을 직접 준비해 오는 등 관련 사건이 터질 때면 번번이 난관에 부딪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