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충남)=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숱한 위기와 시련을 겪으면서도 쉼 없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마침내 해상왕국 재건을 이룩한 백제인의 기개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정철용(46·사진) 감독은 지난 17일 막이 오른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백제연화Ⅱ’의 주인공이 “특정 인물이나 유적·유물이 아닌 ‘백제인’”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지는 장소는 지난해와 같은 공주 공산성이지만, 영상의 소재와 스토리, 표현 기법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가 올 가을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신 있게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를 꼽는 이유다.
|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백제연화Ⅱ 총연출을 맡은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정철용 감독. 공산성의 역사성에 주목한 정 감독은 미디어아트쇼의 주인공으로 숱한 위기와 시련 속에서 해상왕국을 재건한 ‘백제인’을 설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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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이번 미디어아트 영상을 만들면서 공산성의 역사성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시놉시스 단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공주 공산성이 지닌 역사성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백제인’만한 게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에 위례성(한성)이 함락돼 웅진(공주)으로 수도를 옮긴 백제인들이 해상왕국 재건을 위해 새 터전으로 삼은 곳이 바로 공주 공산성”이라고 설명했다.
“백제 무령왕이 고구려를 연파하고 갱위강국을 완성한 전초기지가 바로 공주 공산성입니다. 500년 한성 백제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웅진으로 떠나와 공산성을 축조하고 갱위강국의 꿈을 실현하기까지 백제인들이 겪은 드라마틱한 삶의 역정을 표현하기 위해 최종 리허실 직전까지 영상과 특수효과 수정을 반복했습니다.”
정 감독은 올해 문화재청이 전국 8개 시·군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세계문화유산 미디어아트 사업 가운데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총연출을 맡았다. 우연한 기회에 본 백제금동향로의 세련된 매력에 푹 빠져 백제 문화에 관한 작업에 욕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의 주제는 ‘백제의 물결’. 그는 미디어아트 기법을 통해 해상왕국 백제의 탄생, 온갖 시련을 이겨내는 백제인의 기상, 한류 열풍의 시조(始祖)로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백제 문화의 생명력을 총 3편의 2분짜리 영상으로 엮었다.
| 정철용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백제연화Ⅱ’. 내달 16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과 8시, 8시 30분 공산성 금서루에서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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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를 ‘백제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고 소개한 정 감독은 2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몰입감을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시도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소위 ‘훅(hook)’이 있는 영상이 탄생했고, 그 덕에 미디어아트쇼가 그 자체로 색다른 공주 여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템포감을 살리기 위해 화면(컷)을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많은 30컷으로 늘렸습니다. 화상과 이미지 등 영상 선예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쇼도 추가했어요. 그리고 영상의 웅장미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공산성 금서루에만 쏜 영상을 올해는 성곽 아래 언덕으로 과감히 넓혔습니다.”
20년 경력의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인 정 감독은 최근 전국 지자체에 불붙은 미디어아트 제작 열풍에 대해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미디어파사드 등 미디어아트를 화려한 그래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나열하고 조합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놉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콘티 제작 등 한 편의 장편영화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체계적인 제작 준비(프리 프로덕션) 과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공주시와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정 감독이 총괄 제작한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 백제연화Ⅱ는 다음달 16일까지 계속된다. 공산성 안 성안마을 등 곳곳에선 형형색색 조명과 LED패널로 연출한 화려한 조형물도 만나 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쇼는 공산성 금서루에서 매일 오후 7시 30분과 8시, 8시 30분 모두 3회에 걸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