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올해 상반기 수익률 결산을 마친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파로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부분 연기금과 공제회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보완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50년 만에 이례적으로 가격이 모두 폭락하면서 그나마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일부 큰손들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외 부동산 자산에서 부실 징후가 속속히 감지되는 가운데,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표=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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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급변한 시장 분위기에 역풍을 맞은 기관투자가들 대부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주식과 채권의 역의 상관관계를 깨고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주식, 채권시장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전통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가의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중에서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 자산 비중이 높은 곳은 손실을 덜 본 편이다. 물론 대체투자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수익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체투자는 부동산·인프라·기업투자·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자산군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주식과 채권 모두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882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7.25%였던 반면, 전체 기금 중 가장 높은 비중(35.1%)을 차지하는 국내채권 수익률은 -5.8%에 머물렀다. 마찬가지로 국내 주요 연기금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지난 6월 기준 시간가중수익률은 각각 -7.39%, -4.79%였지만, 대체투자만 각각 6.53%, 7.84%로 전체 자산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대체로 연말에 한 번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연중 수익률에는 정확한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 거품이 잦아들면서 일부 증권사나 운용사들의 해외 부동산 자산의 원금 손실 사례가 잇따르자 기관투자가들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기금 관계자는 “공정가치 평가를 하기 전이라 당장은 손실이 난 대체투자 자산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가뜩이나 해외 실물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각 기관투자가가 소유한 자산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연말에 수익률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