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해야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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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CPI 상승률 9.1% …에너지·식품 가격 고공행진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9.1%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8.8%를 상회했으며 1981년 12월 이후 약 41년만에 최고치다. 전달(5월)과 비교하면 CPI는 1.3% 올랐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밑돌며 안정적이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3월부터였다. 2.6%로 오르며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후 4.2%(4월)→4.9%(5월)→5.3%(6월)→5.3%(7월)→5.2%(8월)→5.4%(9월)→6.2%(10월)→6.8%(11월)→7.0%(12월)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도 7.5%(1월)→7.9%(2월)→8.5%(3월)→8.3%(4월)→8.6%(5월)→9.1%(6월)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약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데 따른 반작용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연된 수요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다.
이같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지적했다. 특히 물가 상승이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7.5%, 전년동월대비로는 41.6% 급등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어난데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악화가 겹치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다음으로 많이 오른 것은 식품 가격으로 전월대비로는 1%,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0.4% 올랐다. 외식 비용은 작년에 비해 7.7% 상승했는데 1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연간으로는 5.6% 뛰었다. 특히 6월 주택 임대료는 전월대비 0.8% 올랐는데, 이는 1986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증가율이었다. 주택 임대 계약은 보통 1~2년 단위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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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를 뛰어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는 긴축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 확실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현 1.5~1.75%에서 2.25~2.5%로 오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은 6월 인프레이션이 더 억제하기 힘든 부문에서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미 지난 데이터라고 무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며, “이는 연준이 이번달에 기준금리를 75bp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운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유가와 식품 가격 등이 최근 하향세로 돌아선 점을 들어 6월이 물가 상승 곡선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침체 우려 등의 변수가 많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시장은 긴축 부담감을 비롯한 불확실성 확대 속에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오전 11시5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1.44 %, 1.31% 떨어지며 약세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 초반 2% 가까이 약세를 보이다가 낙폭을 줄이더니 0.01% 소폭 오르고 있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3.17%를 웃돌았으나 상승폭을 줄이며 3.107%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3%로 0.6%포인트 낮췄다. 지난 4월 미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3.7%로 제시했다가 지난달 2.9%로 하향한 데 이어 한 달도 안 돼 또 눈높이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