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뚫은 美 물가상승률…'자이언트 스텝' 이상도 가능?(종합)

미 6월 CPI 상승률 9.1%…예상치 웃돌며 고공행진
근원 CPI 상승률(5.9%)도 시장 전망치보다 높아
연준 이달 말 기준금리 0.75%p 이상 인상에 힘 실려
불확실성·긴축 우려 높아지며 뉴욕증시 약세
  • 등록 2022-07-14 오전 12:15:39

    수정 2022-07-18 오후 1:43:45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대를 뚫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매달 물가 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시각과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해야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사진= AFP)


6월 CPI 상승률 9.1% …에너지·식품 가격 고공행진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9.1%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8.8%를 상회했으며 1981년 12월 이후 약 41년만에 최고치다. 전달(5월)과 비교하면 CPI는 1.3% 올랐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밑돌며 안정적이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3월부터였다. 2.6%로 오르며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후 4.2%(4월)→4.9%(5월)→5.3%(6월)→5.3%(7월)→5.2%(8월)→5.4%(9월)→6.2%(10월)→6.8%(11월)→7.0%(12월)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도 7.5%(1월)→7.9%(2월)→8.5%(3월)→8.3%(4월)→8.6%(5월)→9.1%(6월)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약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데 따른 반작용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연된 수요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다.

실제로 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미국의 6월 근원CPI도 전년동월대비 5.9% 오르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전월 6.0%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시장 예상치(5.7%)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같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지적했다. 특히 물가 상승이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7.5%, 전년동월대비로는 41.6% 급등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어난데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악화가 겹치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다음으로 많이 오른 것은 식품 가격으로 전월대비로는 1%,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0.4% 올랐다. 외식 비용은 작년에 비해 7.7% 상승했는데 1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연간으로는 5.6% 뛰었다. 특히 6월 주택 임대료는 전월대비 0.8% 올랐는데, 이는 1986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증가율이었다. 주택 임대 계약은 보통 1~2년 단위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사진= 미국 노동부)


이달 FOMC서 75bp 인상 확실시…“100bp 현실화하나” 우려도

예상치를 뛰어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는 긴축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 확실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현 1.5~1.75%에서 2.25~2.5%로 오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은 6월 인프레이션이 더 억제하기 힘든 부문에서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미 지난 데이터라고 무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며, “이는 연준이 이번달에 기준금리를 75bp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운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유가와 식품 가격 등이 최근 하향세로 돌아선 점을 들어 6월이 물가 상승 곡선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침체 우려 등의 변수가 많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시장은 긴축 부담감을 비롯한 불확실성 확대 속에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오전 11시5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1.44 %, 1.31% 떨어지며 약세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 초반 2% 가까이 약세를 보이다가 낙폭을 줄이더니 0.01% 소폭 오르고 있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3.17%를 웃돌았으나 상승폭을 줄이며 3.107%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3%로 0.6%포인트 낮췄다. 지난 4월 미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3.7%로 제시했다가 지난달 2.9%로 하향한 데 이어 한 달도 안 돼 또 눈높이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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