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확인한 응급 x-ray 에서 흉부의 대동맥의 확장이 의심돼 흉부 CT 를 시행하기로 했다. 때마침 응급실을 지나 급하게 심폐 소생술을 하던 환자를 보고 심장 초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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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급히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 대동맥 치환술과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받았고 3-4 일간 중환자실 치료 후 일반 병실로 옮겨 심부전 치료를 지속하면서 다행히 무사히 퇴원하여 외래에서 경과 관찰 중이며 근력 운동은 하되 아주 급격히 힘을 주는 운동이나 과한 역기 들기 등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환자는 키가 190cm 에 몸무게가 85kg 로 매우 근육이 많은 남성이었고 겉 모습도 평범했다. 그러나 오목 가슴이 있었고, 눈이 좋지 않아 안과를 자주 다녔다고 한다. 근육이 꽤 좋았으나 다른 사람보다 조금 유연한 듯 생각이 되었고, 친척들 중에 키가 크고 판막 질환이 있던 분이나 심장 질환이 있던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혈압이 높지 않았음에도 대동맥궁의 확장 소견과 이로 인한 대동맥판 역류 그리고 대동맥 박리, 근골격계의 이상, 안구 이상등이 말판 증후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FBN1 이라는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해 말판 증후군을 확진했고 아이들도 모두 검사를 진행했는데 아이들 중 두명에서 같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돼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초음파를 시행하고 있다.
말판 증후군은 결합조직 (connective tissue)에 이상이 있는 선천성 질환으로, 손가락이 길어 “거미 손가락증”으로 불린다. 1만명중 1명 정도 발생할 수 있으나, 말판 증후군 환자의 아이는 50%에서 질병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도 말판 증후군 환자로 추청한다. 결합조직이란 세포 사이의 물질을 구성하여 여러 조직과 기관 사이에 세포들을 연결하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 유전자의 이상 소견으로 결합 조직에 이상이 나타나 근골격계나 심장 순환기계, 특히 대동맥에 이상 소견을 일으키게 된다.
위에 내 환자 처럼 모든 증상이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말판 증후군 환자들은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고 팔, 다리가 가늘과 길다. 갈비뼈가 과성장해 흉곽함몰, 돌출, 비대칭이 나타날수 있고, 관절이 약하고 척추 측만증이나 후만증이 동반될 수 있다.
심장 순환기계 이상은 말판 증후군 환자의 질병과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데 위의 환자처럼 좌심실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의 기시부가 비정상적으로 확장 되면서 대동맥판 역류가 나타나기도 하고 대동맥 혈관벽이 선천적으로 약해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 또는 대동맥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대동맥 박리는 신체적, 감정적 스트레스와 격한 운동 혹은 임신등에 의해 악화될 수 있으며 대동맥 박리와 파열이 발생한 경우 대량의 혈액이 혈관 벽 틈 혹은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오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고 응급 수술을 요한다. 이외에도 눈의 수정체 탈구가 생길 수 있으며 녹내장이나 백내장이 생길 수도 있다.
대동맥 확장의 경우 수술 날짜를 잡고 순차적으로 하는 수술에 비해 박리가 되면 응급 수술을 해야 하고 그 경우 사망률은 당연히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심장 초음파를 통해 심장과 대동맥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혈압과 대동맥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 예후를 호전 시킬 수 있으며 대동맥이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서 수술을 계획하면 큰 문제 없이 살아가게 된다. 일상 생활 중에서는 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경쟁하는 운동이나 급격히 힘을 주는 운동은 피하지만 정기적인 운동은 중요하다. 특히 유전자 변형이 있을 경우 자녀들에게 50% 정도 유전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 상담이 매우 필요하다. 특히나 자녀에게 유전되었다는 죄책감에 환자가 매우 불안해 하고 힘들어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런 마음이 오히려 자녀와 환자에게 더 안 좋을 수 있다. 오히려 일찍 병을 발견했고 정기적으로 외래를 다닐 때 문제 없이 다닐 수 있으며 더 조심하게 되고 하루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니 좋게 생각하시도록 잘 이야기 드린다. 특히나 자녀가 여자인 경우 임신에 대해 조심해야 하는데 임신은 가능하지만 대동맥 박리 위험이 있으므로 2-3 개월마다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면서 면밀히 관찰해야만 한다.
8년이 지나 환자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으며 좌심실 기능도 모두 회복돼 일상 생활과 근로에 전혀 장애가 없다. 환자의 딸도 일찍 발견하여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임신도 하고 출산도 문제 없이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환자분은 고마워 하면서 걱정이 있을있을 때 함께 고민해 주고 죄책감을 덜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한다. 아무런 병 없이 평범히 사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조기에 병을 발견하고 관찰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모든 병을 이기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