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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생산 능력을 50억 도즈로 끌어올렸으며, 제3국 수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 러시아 품목허가 백신 생산량까지 합하면 내년 전 세계 백신 생산량은 200억 도즈는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인구는 78억명이며, 한 사람당 두 번을 접종하고도 백신 물량이 남는다는 의미다.
일부 기관투자자는 벌써부터 국내 백신 개발사의 물량을 줄여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피 회사 연 성장률이 10%인데, 백신 개발사들이 상용화까지 성공해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지 의문인 상황이다”며 “합성항원 방식의 노바백스도 저개발 국가를 위주로 품목허가가 나오고 있고, 빅파마들의 내년 생산계획은 이미 세계 인구를 넘어섰다. 9~10월부터 들고 있던 물량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국내 백신 개발사가 임상 2상을 통과하고, 임상 3상에 착수할 경우 선구매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유일하게 임상 3상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 GBP510의 선구매 소식은 4개월이 지나도록 들려오지 않고 있다.
또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와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지원한 금액은 30억원에 불과하다. 셀리드와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은 70억~90억원 수준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진과 큐라티스는 아직 지원금 규모에 대해 논의 단계다.
B바이오사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위탁생산하면서 비교 임상 백신을 확보했지만,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은 자체적으로 글로벌 빅파마 백신을 임상용으로 들여오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정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아직 지원은 없다”고 했다.
정부의 방향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C바이오사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코로나 초창기부터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플랫폼의 다양화 통한 빠른 백신 개발을 정책적으로 수립했고 10개월 만에 백신이 나왔다. 대만도 차이잉원 대통령이 벌써 자국 백신을 가장 먼저 맞았다”며 “백신이 2년이 넘어가도록 나오지 못하고, 위드코로나 실패가 나온 건 방향성이 없어서다. 백신은 국가 안보와 관련될 정도로 중요하다. 정부가 방향성을 갖고 백신 개발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