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하면서 치매 환자 건강엔 '빨간불'

코로나 이후 치매 환자의 사회적 단절은 치매 증상 악화 요인
  • 등록 2021-10-31 오전 7:25:05

    수정 2021-10-31 오전 7:25:0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치매 환자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는 치매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코로나19 시기 치매 환자의 건강 관리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대한치매학회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치매 환자의 보호자 10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명(51.5%)이 코로나 이후 환자의 이상 행동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활동량 변화 여부로 비교해 보면 활동량을 유지한 그룹은 52명 가운데 22명(42.3%)이 증상이 악화됐다. 반면 활동량이 감소한 그룹은 51명 가운데 34명(66.7%)이 증상이 악화됐다고 응답하면서 활동량을 유지한 그룹보다 증상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여러 변수들이 치매 환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우려로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단체 프로그램들이 중단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경로당과 노인복지센터 등도 대부분 문을 닫게 되면서 치매 환자의 사회적 단절이 계속되고 있다. 치매 환자들의 사회적 단절은 우울감과 불안감을 높일 수 있고, 이는 초기 치매 환자들의 급격한 인지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치매 환자에게 규칙적인 운동은 전두엽을 적절히 자극해 치매 증상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고, 치매 증상을 악화 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신체활동 감소로 발생한 불면증은 치매 환자의 야간 행동장애와 섬망 등을 더 심하게 할 수 있다.

치매 증상을 악화 시키는 것 외에도 코로나19는 치매 환자들의 건강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치매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면서 천식, 당뇨병, 심혈관 질환 같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면역력이 낮은 치매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고 합병증으로 인해 증상이 더 심하게 발현 할 수 있다. 치매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대표적인 신경학적인 증상은 의식저하, 경련, 뇌졸중, 두통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면역 반응으로 인해 염증성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혈전으로 인해 기존에 앓고 있는 뇌혈관 질환이 악화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코로나19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치매 환자와 주변인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바깥 활동이 어렵더라도 몸의 활력을 잃지 않고 미리 짜놓은 시간표 안에서 일정한 일과를 유지하는 게 좋다. 혼자 만의 시간을 오래 갖기 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 정기적인 연락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며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인지 활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습관은 치매 악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란병원 박지현 진료부원장은 “꾸준히 치매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다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다시 내원하는 사례들이 빈발하고 증가하는 추세이다”며 “사회적 관계의 감소와 생활 반경 축소는 치매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 더욱 관심을 갖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활동이 어렵더라도 한적한 시간에 실외 운동과 함께 햇볕을 쪼여주는 게 코로나 시기 치매를 관리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전보다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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