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아버지의 암’으로 불린다. 보통 50대 이상 남성에게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국내 전립선암 발생률은 급속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남성암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발생 증가율로만 따지만 남성암 중 단연 1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 수는 2010년 3만5688명에서 2019년 9만5996명으로 9년 새 2.7배 늘었다.
김정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국소암인 경우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진행되면 방광 출구가 막혀 소변이 쉽게 나오지 않거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배뇨 중간에 소변 줄기가 끊어지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며 “이때 전립선비대증이려니 하고 방치하다가 전립선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초기 자각증상 없어… 전립선비대증과는 별개 질환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다. 하지만 병증이 진행되면 배뇨곤란, 빈뇨, 혈뇨, 배변 시 불편감 등이 나타난다. 또 전립선암이 기타 장기, 특히 골반뼈나 척추뼈로 전이하면 허리 통증과 골 통증이 나타나고,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전립선암의 원인은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립선암은 영미권 등 서구 국가에서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졌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전립선암은 남성암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도 전립선암 발생이 크게 늘고 있다.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아시아권 국가는 전립선암 유병률이 낮다고 생각돼 왔지만 인구 구조가 점차 고령화되고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방식, 검진을 비롯한 보건 의료체계가 서구화되고 발전하면서 점진적으로 전립선암 유병률 또한 증가해 최근에는 서구권과 비슷한 발생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이 심해지면 전립선암으로 발전한다는 얘기는 잘못된 오해다. 김정준 교수는 “간혹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립선이 커지는 비대증은 암으로 진행하지 않고 전립선암과 발생하는 부위도 서로 다르다”며 “전립선비대증은 조직을 구성하는 전립선 세포가 증식해 전립선의 부피가 커진 것이고, 전립선암은 정상 세포에 변이가 발생해 암세포로 변한 것으로 빈뇨, 야뇨, 세뇨 등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없더라도 전립선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립선 특이항원 검사로 진단… 조기발견 시 90% 이상 완치
전립선암은 특히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PSA 수치가 2.5ng/ml 이상이면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예전에는 PSA 수치가 높을 경우 바로 무작위 조직검사에 들어갔지만, 국내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해 의심이 되는 부분을 위주로 조직검사하는 방식이 점차 일반화돼 표준 진단법으로 자리 잡았다.
전립선 특이항원이 증가했다고 모두 전립선암으로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등 다른 전립선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항원이 증가한 환자 중 약 60%에서 암이 진단된다. 전립선암의 치료는 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다. 국소 혹은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은 환자의 연령, 건강상태, 성기능 상태, 암의 병기와 분화도,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적극적 추적 관찰, 로봇 또는 복강경을 이용한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 등을 시행한다.
전립선암이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전이성 전립선암은 호르몬치료나 항암치료를 초기 치료로 진행하면서 방사선치료 등을 병행하는 방법이 최신 치료기법이다.
◇50대 이상, 가족력 있는 40대는 매년 PSA 검사 필요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류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이나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 생선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고령층의 경우 한식 자체가 비교적 영향 균형이 뛰어나고, 단백질 섭취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경우 근육 감소 등에 의해 내분비 대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히려 최근에 발표된 여러 유전자 연구에서는 생활습관보다 유전적 성향에 따라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생활습관 자체에 치우쳐 예방 요법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가족력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진을 통해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며 “전립선암만을 예방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목적이 아닌 만큼 균형 잡힌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고,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준 교수는 또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50대 이상이나 가족력이 있는 40대 남성은 건강검진센터나 비뇨의학과를 찾아 1년에 한 번씩 간단한 피검사인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받도록 하고, 이 결과에 따라 전립선암을 전문으로 다루는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상담과 관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