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된 단체 오픈채팅방...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특정 주제별로 이뤄져 유용한 정보 많아
불확실한 정보 및 도용·사칭 많아 사기 조심
전문가 “최소 3개 정보 채널 활용하고 신뢰성 검증해야”
  • 등록 2021-04-12 오전 12:25:32

    수정 2022-01-19 오후 4:58:58

“단체 오픈채팅방에서 외주 작품 거래 가격에 대한 대화가 많이 오갑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듣고 부당한 거래를 하는 경우를 봤어요.”

디자이너 이 모(23·여)씨는 일러스트 관련 오픈채팅방을 이용한다. 채팅방에는 아트 계열 직군을 희망하는 학생부터 현업 종사자까지 약 200명이 모여 있다.

이씨는 “공모전에 관한 내용이나 그림을 그릴 때의 팁을 알 수 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 받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단체 오픈채팅방의 맹점도 있다고 했다. 채팅방에 외주 작품 거래 가격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오지만 채팅방 이용자들이 거래 단가를 아주 낮게 알려줘 부당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일러스트 업계에서는 단가 후려치기를 막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 표준 평균단가표’를 만들어 작업료의 마지노선을 정했다. 이 씨는 이런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거래가 오픈채팅방에서 재생산된다고 했다.

이 씨는 “외주 거래를 처음 하는 창작자의 경우 자신이 정확히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평균단가표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오픈채팅방에서 아주 낮은 가격으로 부당한 거래를 한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부당거래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Z세대 포털 검색창보다 단체 오픈채팅방 먼저 찾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Z세대는 정보를 얻기 위해 포털사이트 검색서비스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발하게 이용한다. 특정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 있고, 언제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익명으로 활동하다보니 거짓이나 불확실한 정보도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이용자들은 익명성이라는 그늘 뒤에 숨어 유명인·전문가를 사칭하거나 타인의 자료를 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대입 등 다양한 주제...진위여부·유명인 사칭 부작용도

특히 취업과 대학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오픈채팅방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공기업·항공사·디자인 등 분야별로 취업 정보방이 다양하고 채팅방 이용자가 많게는 1000명을 넘어서기도 한다. 대학 입시 정보방도 음대·메이크업·연극영화과 등 분야가 세분화돼 있다.

임모(28·여)씨는 언론사 입사 준비를 시작하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단체 오픈채팅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는 오픈채팅방 이용자는 1000명에 육박한다. 모두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정보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커서다.

임씨는 “채용시험에 대한 후기와 채용 시험 합격자 연락이 돌았는지, 돌지 않았는지 등의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어 이용한다”면서도 “불확실한 정보가 오간다”고 전했다.

그는 “일례로 A 언론사 서류전형에 합격하려면 토익과 한국어 시험 점수의 합이 몇 점 이상이어야 한다는 정보가 공공연하게 오간다”며 “현직자들에 물어봐도 그렇게 뽑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런 정보를 접하면 합격 혹은 불합격 결과에 대한 분석을 잘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교 3학년인 정모(19·여)씨도 간호학과 입학을 목표로 하면서 단체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정씨는 단체 오픈채팅방을 이용하면서 현재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등급으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와 간호학과가 있는 대학 리스트를 알게 됐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접해도 이를 구별한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했다. 그는 “오픈채팅방에서 얻은 정보만을 맹신하기보다는 하나의 의견으로 생각하고 주변 선생님들께도 물어본다”고 했다.

한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용자들은 타인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사칭하는 사례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일러스트 관련 오픈채팅방에서 타인의 작품을 도용해 작가를 사칭하는 경우를 접했다고 했다. 그는 “도용한 창작물을 ‘내가 그렸다’고 속여 거래한 후 톡방을 나가버리는 상황도 다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돌 팬 서 모씨(19·여)도 팬클럽 활동을 위한 정보 공유방을 이용했는데, 연예인과 현장 스태프를 사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 씨는 “현장스탭 구인글을 올리거나 연예인 소속사와 관련된 직업이라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 "정보의 신뢰성 검증 지도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필요"

오픈채팅방 예절 체크리스트 (사진=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전문가는 오픈채팅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믿을만한 정보인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같은 주제를 다루는 최소 3~4개의 정보 채널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은 "단체 오픈채팅방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는 있지만 정보의 신뢰성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단체 오픈채팅방에서 얻은 정보는 포털 사이트나 오프라인 등 최소 3~4개의 채널에서 다양하게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 실장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도 했다. 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한 정보인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아기나 초등학생때부터 연령대에 맞는 미디어 교육을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회장은 단체 오픈채팅방이 네이버 지식in 서비스와 다음 카페의 중간적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누구나 정보 생산과 공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네이버 지식in과 유사하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오픈채팅방이 늘면서 폐쇄적 성격도 띄기 때문.

박 회장은 "단체 오픈채팅방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온라인 규범과 예절을 준수하는 '디지털 시민성'을 갖춰야 한다"며 "오픈채팅방 예절 체크리스트를 참고하고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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