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을지대학교병원 족부족관절정형외과 이홍섭 교수는 “구두 굽이 3cm 이상이면 발에 무리가 온다. 특히 하이힐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엄지발가락에 압력이 집중된다. 발 전체에 골고루 가해져야 할 압력이 한곳에 집중적으로 가해지면서 염증과 굳은살이 생기고, 더 심해지면 발가락 관절이 붓는다. 발가락뼈를 둘러싸고 있는 관절막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으로 발전한다. 무지외반증이 있다면 하이힐도 요령껏 신는 게 중요하다. 착용은 주 3회로 제한하고, 틈틈이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운동을, 굽이 높더라도 신발 앞 폭이 넓은 것을 선택”하라며 조언했다.
◇심해지면 발 전체는 물론 허리 통증까지
무지외반증은 외형적으로 보기 싫다는 단점이 두드러지지만 사실 통증이 가장 큰 문제다. 다섯 개의 발가락이 서로 붙어있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한쪽으로 삐뚤어지면, 나머지 발가락들도 변형과 함께 통증이 발생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엄지발가락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머지 발가락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발가락에 굳은살이 생기고, 발가락이 저리고 아픈 신경통도 동반될 수 있다. 초반에는 신발을 신고 오래 걸으면 아프고 쉽게 피로한 증상을 보이다가 심해지면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초기 증상을 그대로 두면 발가락 변형이 계속 진행된다. 잘못된 걸음걸이로 인해 허리, 무릎, 골반의 건강까지 악화시킨다.
◇밑창 부드럽고, 발등 덮는 샌들 추천
무지외반증을 초기에 발견했다면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변형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편안한 신발로 바꿔 신는 것! 앞코가 넓은 신발, 발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나 운동화를 신는 것도 좋다. 신발만 바꿔도 통증이 사라지고 붓기가 회복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통기성이 좋은 샌들을 즐겨 신는다. 그러나 샌들 역시 무지외반증을 악화시키거나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으므로 다음 사항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 하이힐처럼 굽이 높은 뾰족한 샌들은 피하자. 발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발 앞쪽으로만 보행하게 되기 때문에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피로도를 낮추려면 굽 높이는 2~3cm 정도가 적당하다.
- 밑창이 얇고 딱딱한 샌들은 충격흡수가 안 되면서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밑창이 잘 구부러지고 쿠션감이 있는 소재가 좋다.
◇변형 정도에 따라 교정 절골술 시행
무지외반증 수술은 교정 절골술이 대표적이다. 튀어나온 발가락뼈를 잘라내 정상적인 위치에 옮겨 놓은 후 핀을 이용해 연결해 주는 방법이다. 발가락 변형이 심하다면 단일 절골술보다는 중족골과 족지골에서 두 번의 절골술을 시행하여 변형 교정에 대한 치료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 두 번 절골술은 기존의 한 번 절골술이 변형된 발가락의 중족골 원위부(비뚤어진 발가락이 시작하는 지점)에서만 교정을 하던 것을 끝부분(중족골과 발가락이 맞닿는 부위)에서 한 번 더 교정하여 변형을 완전하게 바로잡는 시술법이다. 무엇보다 무지외반증 정도에 따라 한 번 또는 두 번 절골술을 시행하는 등 치료법이 다르므로 병원을 방문해 족부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무지외반증 예방하려면
- 하이힐을 꼭 신어야 한다면 하루에 6시간을 넘기지 않고 주 3회 이하로 신는 것이 좋다. 굽이 낮은 신발과 교대로 신는 것도 방법이다.
- 신발 치수를 신중하게 선택한다. 나이가 들수록 발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치수를 정해놓고 신기보다는 반드시 발 크기와 넓이를 재고 고르는 것이 좋다.
- 구두 굽이 많이 닳았거나 한쪽 부분만 닳았다면 즉시 굽을 갈아주자. 굽이 한쪽만 잘 닳으면 닳은 부위 쪽으로 체중이 더 많이 실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 발가락 근육을 강화해주는 운동을 한다. 발가락을 벌린 상태에서 6초 동안 힘을 주는 발가락 벌리기 운동, 발가락으로 바둑알 집기, 발가락으로 책장 넘기는 운동 등이 있다.
- 신발은 저녁 무렵에 산다. 발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작고, 저녁 무렵에는 5~10mm까지 커진다. 따라서 오전 중에 신발을 고르면 발의 혈액순환이 나빠질 뿐 아니라 발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신발을 고를 땐 선 상태에서 신어보자. 서 있으면 앉아있을 때보다 발이 10mm까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