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입주민 갑질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개인 이삿짐을 나르라고 시키거나 노상방뇨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폭행하는 등 경비원 대상 갑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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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입주민들의 경비원 갑질 근절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강력팀까지 동원해 ‘입주민 갑질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단에 노상방뇨를 하던 자신을 지적했다며 경비원을 쫓아가서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남성은 체포된 후 “어떤 XX가 신고했느냐”며 협박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3일엔 서울 잠실의 고급 레지던스에서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경비원 A씨가 방역을 위해 드나드는 입주민들의 체온을 재자 입주민 B씨가 거부하며 폭언을 했습니다. B씨는 “(체온계를) 귀에다 2센티도 안 되게 갖다 대고,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하지 마라. 왜 당신 같은 사람한테 안내를 받아야 되느냐”며 소리쳤습니다.
서울시 노원구 한 아파트에선 동대표가 경비원에게 개인 이삿짐을 옮기라고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난 23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경비원들은 동대표 C씨가 텃밭을 일군다며 4~5일씩 일을 시키거나, 자녀 결혼식 축의금을 내라고 압박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경비원은 수시로 해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C씨는 제기된 의혹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삿짐을 옮긴 건 경비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운 일이다. 다른 요구들은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비원 4명 중 1명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받아”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전국 아파트 경비원 4명 중 1명(24.4%)은 입주민으로부터 욕설,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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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을 향한 갑질이 잇따라 터지자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서울시는 지난 24일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시는 제도 개선, 고용 안정, 생활 안정, 분쟁 조정, 인식 개선 등 5개 분야로 나눠 대책을 추진합니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 승계·유지 규정을 뒀거나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모범 단지를 선정해 보조금 등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취업규칙에서 정한 업무 외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 폭행 등의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 지원과, 전담 신고센터를 통한 무료 상담도 진행합니다. 갑질 스트레스와 해고 불안에 시달리는 경비원은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른 비극이 생기기 전에 철저하게 반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일부 입주민의 일탈을 차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