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GO를 찾아서]"즉떡 먹고갈래?"…여고생들의 추억이 깃든 '코스모스'

since 1981...39년째 한 자리 지켜
1990년대 DJ 분식집으로 유명
드라마 '궁', '응팔', '동백꽃 필 무렵' 등 촬영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대비 착한 가격 유지
  • 등록 2020-03-22 오전 12:05:00

    수정 2020-03-22 오전 12:05:00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코스모스 분식 외관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한국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 떡볶이. 어른과 아이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간식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찾는 음식 중 하나다. 1980년대부터 한 학교 앞을 지켜온 추억의 떡볶이집이 있었다. 바로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코스모스 분식’.

지난 1981년 가게 문을 연 ‘코스모스 분식’의 주 고객은 예일여중·고 학생들이다. 학교 앞에는 문방구 다음으로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분식점이다. 이곳 역시 많은 여중·여고생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현재도 많은 졸업생들이 추억을 벗삼아 이곳을 방문하곤 한다.

(사진=MBC 드라마 ‘궁’)
코스모스 분식은 외관부터 유소년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입구에는 ‘MBC 인기드라마 궁 촬영집’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 이곳은 2006년 방송된 드라마 ‘궁’에서 윤은혜와 친구들이 신나게 먹는 떡볶이집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코스모스를 ‘궁 분식집’으로 알고 있지만, 이곳은 1990년대 DJ 분식집으로 유명했다. 당시 내부에는 DJ박스가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학생들은 떡볶이를 먹으며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분식집에는 뮤직박스를 설치하고 DJ를 앉히곤 했다. 물론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코스모스. 혼합 맛으로 주문한 즉석떡볶이 (사진=김민정 기자)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꽤 넓은 실내를 자랑했다. 2층으로 되어 있는 가게 안은 1980년대 모습 그대로 멈춘듯했다. 인테리어 역시 리모델링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은 짜장, 고추장, 혼합 중 한 가지 소스를 선택해서 먹는 즉석 떡볶이가 인기다. 여기에 온갖 사리를 추가해 먹으면 그 맛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코스모스 분식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바로 가격에 있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대비 이곳은 즉석 떡볶이 1인분 기준 5000원, 2인분은 7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음식을 내놓고 있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코스모스 분식 내부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떡볶이를 한참 먹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기다렸다는 듯 볶음밥을 시키고 있었다. 사실 즉석 떡볶이를 먹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남은 소스로 밥을 볶아 먹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가게 한켠에는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도 자리했다.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하고 나면 달콤한 후식이 생각나기 마련. 사장님은 손님들의 이런 심리를 잘 파악한 듯했다. 콘 아이스크림의 개당 가격은 1000원이다.

코스모스는 가격·맛·분위기 어느 것 하나 변한 게 없었다. 15년째 단골이라는 박모(32)씨는 이곳을 중학교 때부터 다녔다고 했다.

그는 “예일중·고를 졸업했다”며 “용돈을 받는 날이면 친구들과 무조건 들렸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도 가끔 동창 모임을 하면 한 번씩 방문하곤 한다. 이곳만 오면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다. 다른 곳에서 먹어도 이곳 특유의 맛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코스모스 분식. 남은 떡볶이 소스와 버무려진 볶음밥 (사진=김민정 기자)
코스모스 분식이 배경이 된 드라마. (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8’ (아래)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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