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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주기적으로 대형산불 악몽이 재현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식 접근은 아직 요원하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장비 투입이 어려운 야간 산불 등이 겹치면서 천문학적 피해 등 거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만 대응 방식에서의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야간 투입이 가능한 헬기 도입, 수목 식재 전환 등 일부 변화도 감지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산불에 대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을 원점에 놓고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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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투입 가능한 헬기는 34대 불과…초대형·대형 위주로 재편해야
봄철 특히 4월마다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대형산불 악몽은 되풀이되고 있다. 1996년 산림 3762㏊를 태운 강원 고성산불을 비롯해 1998년 강릉 사천(301㏊), 2000년 동해안 4개 시·군(2만 3138㏊), 2004년 강릉 옥계(430㏊), 2005년 양양(1141㏊) 등지에서도 대형산불이 이어졌다. 2017년 삼척(765㏊)과 강릉(252㏊), 지난해 3월 고성(356㏊) 등지에서도 대형산불이 일어나 막대한 인·물적 피해를 안겼다. 지난달 4~6일 강원도 고성과 강릉, 인제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도 당시 헬기투입이 불가능한 야간에 16~19m/s의 강풍까지 불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튿날부터 산림청과 소방군, 군, 지자체 등 가용 가능한 헬기 68대와 인력, 장비 등을 총동원했고, 마침 바람이 잦아들면서 그나마 진화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 강원산불을 계기로 부족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확충과 함께 야간산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안 등은 정책적 과제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야간산불 진화의 취약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산불 진화에 동원 가능한 헬기는 산림청 47대, 소방청 29대, 국방부 20대, 경찰청 3대, 국립공원 1대, 자치단체 임차 헬기 66대 등 모두 160여대다. 반면 초속 20m 안팎의 강풍에도 투입 가능한 기종은 초대형 헬기(S-64) 4대와 대형 헬기(KA-32) 30대 등 34대에 불과하다. 또 소방청이 보유한 29대 헬기 대부분이 인명구조용으로 밤비(들통)를 통한 산불진화에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효율적인 산불 진화를 위해서는 헬기 기종을 초대형·대형 위주로 재편해야 하지만 재원확보 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 투입이 가능한 헬기 등 장비 도입이 시급하지만 아직까지 야간 진화가 가능한 헬기는 지난해 도입한 KUH-1FS(수리온) 1대가 전부다. 그러나 산세가 험하고 전선 등 인공 장애물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야간 기동은 안전 등 여러 요인들로 극히 제한적이다. 산림항공본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리온이 도입됐지만 지형지물 숙지, 기동 훈련 등 여러가지 이유들로 아직까지 야간 산불에 투입된 적은 없다”면서 “시야가 잘 보이는 주간에도 각종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간산불을 위해 헬기를 투입할 경우 조종사 안전 등 여러 위험요인들이 많아 아직 시기상조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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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형화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원도 일원에 소나무 등 우거진 침엽수림이 많아 조그만한 불씨에도 대형화재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종인 소나무는 테레핀이라는 기름 성분이 20%를 차지해 불에 오래 잘 탄다. 가벼운 솔방울에 불이 붙으면 바람을 타고 수백m를 날아가 제2, 제3의 산불로 이어진다. 대형산불이 일어날때마다 소나무 등 침엽수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복구과정에서 활엽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유림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산불로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소나무 등 침엽수를 대신해 활엽수 비중을 늘리려고 하지만 산촌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가치가 높은 송이버섯을 캐기 위해서는 소나무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다”며 “주민들 요구를 반영해 소나무를 재식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활엽수로 대체 식재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산불특수진화대원의 처우 개선 및 산불진화용 드론·소화탄 연구개발 등 과제 산적
이번 강원산불은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 총력대응이 빛을 발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동원했고, 현장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인 장비와 인력이 화재 진압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러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사회·제도적 문제점도 적지 않게 노출됐다. 산불특수진화대원들의 처우 문제와 함께 야간진화에 투입가능한 장비가 없다는 점 등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겼다. 여기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선호하는 정치권이 산불 등 재난에 대비한 예산을 삭감하는 관행 등 정치·행정·사회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2017년 7월 추가경정 예산안 논의 당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경찰·소방인력·사회복지사 등이 포함된 공무원 1만 2000명 증원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 인력이 조정된 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의 산불 관련 예산도 지난해 1505억원에서 올해 1389억원으로 116억원이 줄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일반 화재와 산불의 일원화 관리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산불 관련 전문가들은 “산림은 관리부터 예방, 대비(감시), 진화, 복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작용한다”며 “산세가 험한 산악지형에서의 산불은 소방장비를 지닌채 진입조차 불가능하며, 산불진화용 헬기와 전문 진화대원만이 투입 가능한 것이 현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전과 비용 등을 고려해 현재 정부 차원에서 드론과 소화탄을 활용한 산불 진화 관련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 투입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산불 감시와 이동경로 추적 등 극히 제한적인 활용만 이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대형 드론을 이용해 무게 30㎏짜리 소화탄을 야간 산불 현장에 투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해 현장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희문 강원대 교수는 “그간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나 사회적 존경은 엄청나게 올라간 반면 산불과 싸우는 산불진화대원들에 대한 처우 등은 거의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며 “산불진화대원도 소방관과 동등한 대우와 함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동해안 대형 재난성 산불 재발방지를 위해 대형헬기 등 진화장비와 특수진화대 등 전문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임도 등 진화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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