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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앨런 그린스펀과 같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없다.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준을 존중하고 연준의 결정에 신뢰를 보냈던 레이건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트럼프-그린스펀 임기내 동반자 관계 유지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7년 8월 그린스펀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다. 그린스펀이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뒤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3% 폭락하는, 이른바 ‘검은 월요일(1987년 10월 19일)’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규제완화 및 세금인하 등을 통해 물가와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레이거노믹스)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투자자들로 하여금 재정적자 우려를 대폭 키웠기 때문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나는 처음에는 14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플레이션을 없애고, 금리를 낮추고, 번영을 도모하는 것이 주식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경제정책 때문이란 것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시장은 어제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다. 연준이 취한 금리인하 조치에 만족하고 있다”며 그린스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규제완화에 반대하며 레이건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전임 폴 볼커 의장과는 대조적으로 그린스펀은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옹호하는 시장주의자였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치는 레이건 전 대통령과는 손발이 잘 맞았다.
트럼프-파월 파열음 심각
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원인 재닛 옐런 전 의장의 연임을 좌절시키고 후임으로 공화당원인 파월 의장을 앉혔다. 자신의 정책에 동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레이건-그린스펀과는 상이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어서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적(제로 금리)으로 운용됐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을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기는 등 한창 경기가 좋을 때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취임한 지 불과 열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노골적으로 금리동결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고용 호조에 연준이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실 연준에 금리인하(또는 동결)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성향에 따라 연준 금리정책에 대한 대응이 달랐다.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공개 연설에서 금리인하를 촉구한 적이 있다.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달랐다. 연준은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 한 번에 0.5%포인트,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그는 1997년 10월 아시아 통화위기로 다우지수가 554포인트 급락했을 때에도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시장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적절치도 않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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