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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길게 보면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편집국 내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통화·cryptocurrency)의 실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가치가 계속 오르리란 판단에 코인들을 사들이는 기자도 있습니다. 거품론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편집국 내 자타공인 거시경제 최고 전문가인 한 선배가 비관적일 필요 없다며 낙관론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중국 규제 우려에 1비트코인이 4000달러(약 450만원) 밑으로 폭락한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이 선배는 “규제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실생활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변동성은 커졌지만 뉴스를 지켜보며 길게 보고 투자를 검토해 볼 수 있겠네요”라고 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론 투자처로서의 암호화폐 시장을 달리 보는 결정적 계기가 됐죠.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자산가 마크 큐반의 일화도 떠올랐습니다. 그는 올 6월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깎아내렸으나 두 달이 지난 8월 “조금이라도 사둬야 하나”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기존 금융시장의 ‘큰손’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 것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지수연동형 펀드(ETF)를 승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미 의회가 회기 중 600달러(약 68만원) 이하 비트코인 사용에 대해 비과세하는 소비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 중입니다. 암호화폐가 기존 시장에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제한적으로나마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법적 테두리 밖에선 비트코인의 활용도가 훨씬 더 큽니다. 범죄단체 간 밀거래에서 비트코인이 쓰이는 건 이미 공공연한 일입니다. 불법 성인·도박 사이트에서도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건 투자상품으로서의 위험성뿐 아니라 불법적인 거래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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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대안적 화폐로서 실제 보편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면 가능성은 현실에 됩니다. 인터넷 상의 불법 도박사이트가 아니라 대기업 온라인 쇼핑몰이 비트코인을 받는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ICO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신규기업공개(IPO)를 대체할 기업의 새로운 자금 유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성공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런 현상이 대중화하기까진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화폐로서 기능한다면 가격이 안정화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딜레마도 안고 있습니다. 우후죽순식 ICO는 오히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암호화폐의 종말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기술적 근거인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을 빼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그 규모가 커졌을 뿐이죠.
<[비트코인 완전정복]③비트코인에도 ‘큰손’은 존재한다>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