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완전정복]②허상·거품으로 무시할 수준 넘었다

  • 등록 2017-10-05 오전 5:00:00

    수정 2017-10-05 오전 11:04:34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길게 보면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편집국 내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통화·cryptocurrency)의 실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가치가 계속 오르리란 판단에 코인들을 사들이는 기자도 있습니다. 거품론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편집국 내 자타공인 거시경제 최고 전문가인 한 선배가 비관적일 필요 없다며 낙관론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중국 규제 우려에 1비트코인이 4000달러(약 450만원) 밑으로 폭락한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이 선배는 “규제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실생활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변동성은 커졌지만 뉴스를 지켜보며 길게 보고 투자를 검토해 볼 수 있겠네요”라고 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론 투자처로서의 암호화폐 시장을 달리 보는 결정적 계기가 됐죠. 미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자산가 마크 큐반의 일화도 떠올랐습니다. 그는 올 6월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깎아내렸으나 두 달이 지난 8월 “조금이라도 사둬야 하나”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기존 금융시장의 ‘큰손’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 것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지수연동형 펀드(ETF)를 승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미 의회가 회기 중 600달러(약 68만원) 이하 비트코인 사용에 대해 비과세하는 소비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 중입니다. 암호화폐가 기존 시장에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제한적으로나마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법적 테두리 밖에선 비트코인의 활용도가 훨씬 더 큽니다. 범죄단체 간 밀거래에서 비트코인이 쓰이는 건 이미 공공연한 일입니다. 불법 성인·도박 사이트에서도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건 투자상품으로서의 위험성뿐 아니라 불법적인 거래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좋든 싫든 이제 와서 암호화폐 전체를 실체 없는 것이라고 깎아내리기엔 너무 커졌습니다. 사실 실체가 없는 건 달러도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체론 사람의 삶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이를 재화로 바꿀 수 있다는 대중의 확고한 믿음이 가치를 부여한 거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도 이미 이런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돈치고는 변동성이 클 뿐이죠.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암호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의 지난달 말 시가총액은 620억달러 정도입니다. 약 70조원. 이달 초엔 820억달러(92조원)를 넘어서기도 했죠. 참고로 코스닥 상장사 300개 기업의 가치가 100조원 전후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9월 초 기준 전체 1098개의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을 다 더하면 1668억달러(약 188조원)라고 합니다. 암호화폐의 종류는 지금도 신규코인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니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크죠.

비트코인 시세 추이. (출처=코빗 홈페이지)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대안적 화폐로서 실제 보편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면 가능성은 현실에 됩니다. 인터넷 상의 불법 도박사이트가 아니라 대기업 온라인 쇼핑몰이 비트코인을 받는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ICO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신규기업공개(IPO)를 대체할 기업의 새로운 자금 유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성공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런 현상이 대중화하기까진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화폐로서 기능한다면 가격이 안정화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딜레마도 안고 있습니다. 우후죽순식 ICO는 오히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암호화폐의 종말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기술적 근거인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을 빼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그 규모가 커졌을 뿐이죠.

아직 그 규모를 과대 포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규모가 빠르게 큰 건 맞지만 아직 거시경제란 해변가에서 보면 모래알 정도 크기밖에 안됩니다. 한국거래소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피 시장 규모는 1000조원이 넘습니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만 해도 383조원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전 세계적으론 중소 주식거래소 중 하나인 코스피 시장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죠.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기존 외환 시장을 대체하리란 전망은 현재로선 허황해 보입니다.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는 상장사 가치가 2경에 달합니다. 그 대장주 애플의 시가총액만 960조원입니다. 여기에 달러부터 채권, 금, 옥수수까지 모든 게 선물 상품으로 거래되는 기존 외환·금융·증권시장 전체로 놓고 보면 그 규모는 더 어마어마해지죠. 이와 비교하면 암호화폐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아직 화폐라기보다는 10년 새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의 20~30위권 상장기업 기업가치 수준으로 보면 될 듯합니다.

<[비트코인 완전정복]③비트코인에도 ‘큰손’은 존재한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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