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돌 맞은 과학기술계, 미래세대 위해 패러다임 전환해야"

  • 등록 2016-04-21 오전 4:27:43

    수정 2016-04-22 오후 6:01:17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올해 5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이지만, 축제라기보다는 미래 50년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속에서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 KIST을 통해 양성된 과학기술이 전쟁의 후유증과 심각한 가난에 직면해있던 대한민국을 경제 규모 세계 11위에 올려놓는 초석이 되면서 존재가치를 증명했듯이 과학기술계가 다시 한번 퀀텀점프할수 있는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과학기술의 역사는 지난 1966년 KIST 설립 이후부터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정부는 국내 최초 종합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KIST를 세웠다. 이후 16개의 전문 연구기관으로 확장됐고 지난 50년간 정부와 산업계의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지원은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기계·부품, 석유화학산업 등을 포함한 최첨단 기술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시켰다.

보릿고개를 극복하게 만든 ‘통일벼’, 마이카 시대를 연 ‘포니 자동차’에서부터 DRAM 메모리 반도체, 우주발사체 ‘나로호’ 등 과학기술의 성과가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총 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 투자 규모는 세계 6위 수준이다. 과학기술의 성과를 보여주는 논문, 특허, 기술 수출 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양적·질적인 면에서 급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성장통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11년간(2004∼2014년) 한국이 발표한 전체 SCI 논문 가운데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피인용 상위 1% 논문수는 3,302건, 세계 15위 수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6% 수준이다. 이는 전체 논문 42만1,829건 중 0.78% 비중으로 세계 평균인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6만7,008건, 비중 52.1%로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이어 영국(14.8%), 독일은 (11.9%), 중국 (11.7%) 순이다.

특히 2005년부터 집계된 한국의 5년 주기 논문발표 현황에 따르면 국내 피인용 순위는 수년째 31~32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중에서도 상위 1% 논문 비중에 포항공대, KAIST, 이화여대, KIST 등의 순으로 10위권내 출연연은 단 한 곳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학기술계 안팎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문길주 UST 총장은 “과학계와 출연연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과거와 달리 1등 과학기술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적인 연구를 하려면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융합 연구와 자율경쟁을 위해 출연연이나 과기특성화 대학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출연연이나 과기특성화 대학의 연구 과제를 살펴보면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아 경쟁력이 없다”면서 차라리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해 거점 캠퍼스나 출연연을 만들면 정보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문분야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거에는 출연연이 R&D 인프라가 특화됐지만, 이제는 사립대학들의 인프라가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지금처럼 세부 연구과제까지 규제하는 시스템이라면 창의성 있는 연구를 할수 없다”면서 “AI가주목받으면서 뇌연구를 한다는 곳은 많지만 전 기관이 뭉치고 정부 자금이 모두 투입돼도 성과가 나올지 미지수”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김 빛내리 교수는 “차세대 연구자들을 키우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기존 시스템에서는 지원을 못한다면 대안이 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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