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메기가 되려면

  • 등록 2015-12-01 오전 3:00:00

    수정 2015-12-01 오전 3:00:00

새로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메기가 될 것인지가 금융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행동이 굼뜬 기존 은행들을 재빠른 미꾸라지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역할 얘기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의 영광을 안게 된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K)뱅크는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 본인가를 얻은 뒤 내년 상반기 중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1992년의 평화은행 이래 신참자가 전무했던 금융계가 24년 만에 전혀 새로운 유형의 경쟁자를 맞는 셈이다.

카카오은행과 K뱅크의 최대 무기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결합을 통한 무점포 영업과 빅데이터 활용이다. 계좌 개설과 결제, 대출, 상품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하므로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데다 방대한 고객정보 분석에 의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 은행들의 금리, 수수료, 서비스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관건은 이 경쟁이 ‘금융 빅뱅’으로 이어져 낙후된 금융계를 선진화하고 소비자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느냐다. 세계 최강인 ICT를 접목시켜 금융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은 그럴싸하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카카오와 KT의 주도라지만 두 기업의 지분은 10%와 8%뿐이고 의결권은 4%로 제한된다. 비금융업체의 은행지분과 의결권을 제한한 ‘은산분리’ 원칙 때문으로 무늬만 ‘카카오은행’ ‘K뱅크‘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지배구조로는 ICT업체가 경영을 책임지고 혁신을 주도하기 어렵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50%로 확대하려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야당은 재벌의 금융 지배를 막아야 한다며 결사반대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국내 금융산업의 국가경쟁력은 140개국 중 87위로 우간다(81위)에도 뒤지는 한심한 수준이다. 우리끼리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기업들 발목을 잡아 놓고도 ‘금융 후진국’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논리다.

인터넷은행은 이밖에도 해킹 등에 대비한 보안체계 완비와 수익구조 창출, 기존 인터넷뱅킹과의 차별화 등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메기 역할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엄격한 건전성 감독이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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