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가 어떤 술을 마시는지 보면,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초능력자들의 이야기 ‘엑스맨’에는 대표적인 두 세력이 등장한다. 초능력을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세력과 인간을 도우며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세력이다.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세력은 ‘매그니토’가 이끌고,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프로페서X’가 이끈다.
특히 두 사람의 전혀 다른 가치관과 성격이 영화의 핵심인데, 이는 두 사람이 선택한 술로도 잘 드러난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긴박한 순간, 두 사람은 체스판을 두고 마주한다. 인간을 구해야 한다는 프로페서X와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매그니토의 체스 경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긴장이 팽팽하다.
이때 프로페서X는 위스키를 마시고, 매그니토는 마티니를 마신다. 위스키와 마티니, 둘 다 독주로 영웅들이 좋아하는 술로 손꼽히지만 특징은 전혀 다르다.
두 술의 차이만큼이나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의 성격차이도 컸다. 두 사람 앞에 각각 위스키와 마티니 잔이 놓인 장면은, 함께 엑스맨을 만들었지만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