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상'과 '혈액검사'로 치매 조기진단 나선다

연구단, MRI로 정상인·환자 뇌지도 작성·비교..PET·혈액검사, 원인물질 발견
"치매증상 앓기 전 전단계 환자 진단, 치료나서"
  • 등록 2014-10-29 오전 12:02:27

    수정 2014-10-29 오전 1:00:07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에선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처럼 정부 차원의 대규모 ‘뇌 지도 프로젝트’는 아직 없다. 정부는 대신 한국인 표준인 및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지도 구축과 진단기법 개발 등을 통해 ‘치매 예측 및 조기진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매는 일상 생활이 매우 힘들 정도로 기억력과 기타 지적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뜻하는 일반 용어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상실하고 행동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매 사례의 대부분(70~80%)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국내에서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57만여명이다. △2020년 84만 △2040년 196만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치매 예측을 위한 뇌지도 구축 및 조기진단 방법 확립사업’ 연구단은 1000명 이상의 각 연령대별 정상인(남·여)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지도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작성, 서로 비교해 치료방법을 모색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정상인에 비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야 치료제 개발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지멘스사의 양전자단층촬영(PET).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특히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는 알츠하이병의 원인물질로 지목되는 뇌 안의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β-amyloid )를 찍는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안에 쌓인 것을 확인하면 기억력 상실 등 구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

즉 뇌 속에서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병을 사전 진단해 치매발병 이전단계에서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다. 지금은 환자가 증상을 보이면 가족 등 보호자에게 병력을 물어 치매를 진단하고 있다.

다만 PET는 매우 비싸고 국내 병원에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연구단은 간편하고 저렴한 혈액검사를 상용화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이 방법은 혈액 안의 치매유발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혈액에 특정 물질이 변화하면 뇌 안에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과 연관이 있는 지 규명한다.

연구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갖춘 치매 조기진단 지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오는 2017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조기진단 서비스를 시범실시할 예정이다.

연구단을 총괄하는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 치매 증상을 앓는 뇌는 이미 많이 망가진 것이다. 뇌가 많이 상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만들려면 개발이 늦어진다”며 “치매 조기진단으로 뇌 손상이 적은 환자를 찾아 치료제를 개발하면 효과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단에는 현재 교수급 연구진 46명과 2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와 조선대, 삼성서울병원이 세부과제 책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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