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조치를 취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통신사에 착·발신 정지 신청을 했고, 마침 최고가 스마트폰 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보험사에 제출하기 위해 현지 경찰서에서 경찰보고서(폴리스 리포트)도 준비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A씨는 적잖은 자기부담금과 복잡한 절차에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보상받기,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걸까.
최신형 스마트폰 일수록 높은 자기부담금
A씨는 지난 1월 아이폰5를 구입한 뒤 KT(030200)에 월 보험료 4700원의 최고가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해 납부해 왔다. 해당 보험 서비스는 분실시 최대 80만 원까지 단말기 값을 보상해주는데, 이 가운데 자기부담금 비율이 30%여서 24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아이폰5의 출고가액이 94만 6000원이므로 80만원을 뺀 14만 6000원을 합한 38만 6000원을 선납해야만 새 기기를 보상받을 수 있다.
고객들은 통상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여러 혜택을 받아 출고가 전부를 내진 않지만, 스마트폰 보험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구입할 때보다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다. A씨의 경우 여기에 기존 스마트폰의 할부잔금 50여만 원을 더하면 월 보험료를 지불하고도 총 납부금액이 90만 원을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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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의 한 대리점 직원은 “갤럭시노트는 한때 본인이 내야 할 금액이 50만 원을 넘어갔다”며 “보험을 가입하란건지 말란건지, 우리도 보험 가입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여행자보험까지 가입했다면 보상은 더욱 복잡하다
해외여행 시 안전을 위해 가입하는 여행자보험은 스마트폰 보상 보험과 이중으로 적용될 경우 오히려 짐만 된다. 보통 많은 여행객들이 가입하는 상품은 상해사망 후유장애 최대 3000만 원, 휴대품 손해 20만 원 정도의 간단한 보험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도 2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험과 여행자보험은 중복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A씨의 경우 2개의 보험에 모두 가입했다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56만 원으로 동일하다. 서류 제출절차는 더 복잡해지는데 KT 스마트폰 보험의 경우 제출서류는 보상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경찰보고서 등 3종인 반면 여행자보험 제출서류는 보험금청구서와 경찰보고서, 사고경위서, 피해품내역서, 피해품영수증, 여권사본, 목격자진술서 등으로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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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 “해외분실은 어쩔 수 없어”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해외 휴대폰 분실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다. 네이버와 구글 등 주요 인터넷 검색엔진에 ‘스마트폰 해외 분실’ 등을 입력했을 때 한번에 검색되는 이동통신사 사이트는 단 한 곳도 없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정부대표민원전화 ‘110’ 블로그가 한 곳 검색될 뿐 대부분은 개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작성된 분실대책이 전부다. 공항 내 로밍센터에서 책자를 제공하고 문자서비스로 안내를 해주지만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문자서비스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해외분실의 경우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안내책자를 보거나 문자서비스 고지내용을 보면 된다”며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다면 직접 통신사 사이트에 접속해 신고하거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되므로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