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치뤄진 중국 공무원시험은 5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만800명 공무원 모집공고에 전국에서 150만명 이상이 모였다. 10년전 응시자 수보다 30배나 늘어난 숫자다. 표면적으로 공무원이 인기 직종인 것은 직업 안전성과 사회보장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시보 조차 공무원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검은 부수입을 통해 거액의 부를 쌓는 일이 공무원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정상적으로는 수 개월이 걸리는 행정절차도 급행료만 내면 수 일내 해결될 수 있다고 중국인들 스스로가 말한다. 올들어 중국의 국주(國酒)라 불리는 마오타이(茅台) 가격이 폭락했다. 경기부진 탓도 있지만 공무원의 과다접대를 금지한 탓이 더 컸다. 마오타이는 그동안 ‘마오타이를 마시는 사람은 사지 않고 사는 사람은 못 마신다(喝者不買 買者不喝)’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뇌물성 선물로 많이 활용됐다.
중국 관영 신화망이 매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패척결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늘 이슈가 되어왔다. 특히 올해는 ‘중국이 미래발전에 직면한 최대 과제’를 묻는 질문에 부정부패가 70.5%로 1위를 차지했다.
이를 깨달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도 지난 2011년초 “부패척결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둬 국민의 신임을 받겠다”고 강조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시진핑 당 총서기가 취임 일성으로 부패척결을 강조했다. 공산당원과 간부들로부터 발생된 부패, 민심 이반, 형식주의, 관료주의는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인들은 잘 믿지 않는 눈치다. 부패를 감시해야 할 공무원도 부패했는데 누가 누구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시진핑이 부패척결을 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때로는 자신의 수족을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 민심을 사로잡는 일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일이다. 시진핑 정권 10년이 지날 무렵 2022년 중국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