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철지난 통신광고 '깨알재미 주네'

  • 등록 2012-04-27 오전 10:13:21

    수정 2012-04-27 오전 10:00:18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하철에서 지팡이를 짚고 가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기계체조 선수처럼 재주를 넘는 희한한 장면을 연출한다. “집에 가서 올려야지.” 젊은 승객들이 앞다퉈 영상을 찍자, 세 남자가 나타나 노트북에 와이브로 단말기를 꽂으며 말한다. “바로바로 올려야지~.”

2008년 KT의 와이브로 광고 ‘W브라더스’ 편이다. 이 광고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이용자제작콘텐츠(UCC)를 와이브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지하철에서도 바로 찍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보면 생뚱맞다. 지금은 와이브로를 꽂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찍어 바로 업로드할 수 있으며 아예 아프리카TV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생중계를 할 수도 있다.

통신사와 휴대전화 기기 제조사들의 예전 광고들이 깨알재미를 준다. 이 광고들이 강조하고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들이 지금은 촌스럽게 느껴지기 때문.

통신업계 관계자는 “2006년 통신사들이 3G 서비스의 킬러 콘텐츠로 꼽으며 ‘영상통화 완전정복’, ‘쇼를 하라’ 같은 영상통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쳤는데 지금 보면 좀 유치하다”며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과거의 광고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다. 2009년 삼성이 애플 아이폰 3GS의 대항마로 출시한 옴니아2는 ‘전지전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옛 광고로 인해 고객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실제 제품에 결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당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를 패러디해 “배터리 빌려주면 뭐 하나. 갈아 끼울 수도 없는데” “사후서비스(AS) 기다리는데 오래 걸리는 휴대폰을 왜 사느냐”며 애플을 비아냥댔다.

그러나 고객들은 삼성에 대해 “‘전지전능하다’는 광고로 고객을 현혹하고, AS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결국 삼성은 옴니아2 고객이 다른 삼성 단말기로 교체할 때 20만원씩 보상해 주는 굴욕을 겪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통신회사 광고는 신기술을 카피에 담기 마련”이라며 “요즘 쏟아지는 스마트폰이나 롱텀에볼루션(LTE) 광고도 나중에 보면 웃음을 자아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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