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9일자 2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여기 한 아프리카 여성이 있다. 한때 식당 종업원에 불과했지만 열심히 공부해 명문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남편을 잃고 네 아이를 기른 강인한 어머니였지만 한 국가에서는 재무장관을 역임하고 세계은행(WB)과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도 고위직을 지낸다.
| ▲ 엘렌 존슨 설리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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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이처럼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존슨 설리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아프리카의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점이 그의 민주화 노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존슨 설리프는 1970년대 후반 재무장관을 역임했을 당시부터 청렴한 성격 때문에 대통령과 충돌했고 이후 정권에서도 내란 혐의로 기소되는 등 두 차례의 투옥과 망명을 거쳤다.
설리프는 1997년에도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참패했다. 상대는 라이베리아의 강력한 군벌인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 테일러는 1989년 라이베리아 내란을 주도해 대통령이 됐지만 지난 2003년 반군으로부터 축출됐다.
설리프는 사회적 갈등과 부패 종식, 공공시설 재건 등을 내세워 2005년 대선에서 당당히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부채 개선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모색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부패 조사와 인종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립하고 라이베리아의 민주화와 여성권리를 위해 싸워 아프리카의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그의 이런 노력은 또 다른 값진 결실도 봤다. 지난해 노르웨이 노벨상 위원회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존슨 설리프와 레이마 그보위 라이베리아 평화운동가, 타와쿨 카르만 예맨 페미니스트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존슨 설리프와 함께 그보위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결국 내전종식을 이끌어 낸 라이베리아의 민주화 주역이다. 아직은 아프리카에서 여성 정치인을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몇 안 되는 이들의 행보만큼은 아프리카 정치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