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중국의 `88만원 세대`

  • 등록 2011-12-08 오전 10:40:00

    수정 2011-12-08 오전 10:40:00

[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한 고향 친구가 있다. 학창시절 그다지 큰 목표를 가지진 않았지만 건강하고 적극적이었다. 지금 그는 가공업체 근로자로 월급은 1500위안, 잔업을 하면 2000위안 정도까지 받는다.… 상하이(上海) 교외에 사는 이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자신의 생활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자족한다. 하지만 그 역시 먹고 입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국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바링허우(80년이후 출생 세대)` 작가 한한(韓寒)은 수필 `청춘`에서 동년배들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한은 팍스콘 노동자들의 투신자살을 본 후 이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화하고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는데 정작 젊은이들의 삶은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자조가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겹쳐 떠올려지는 글이었다.

반면 `푸얼다이(富二代,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 젊은이들의 생활은 확연히 다르다. 포르셰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매장이 즐비한 상하이 중심가를 활보한다. 얼마 전 서방 언론으로부터 그 호화생활이 지적당한 충칭(重慶)서기 보시라이(薄熙來)의 아들 보과과(薄瓜瓜)도 비슷한 부류다.

상하이 명소 헝산루(衡山路)나 신톈디(新天地)를 걷다보면 노천카페에 눈이 돌아갈만한 예쁜 숙녀들이 많은 것도 이런 때문이란다. 있는 집 자식들이나 상대적으로 수입이 넉넉한 외국인 남성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여대생들이 적지않다는 게 현지 친구의 귀띔이다. 취업 걱정없이 사는 이른바 `취집(취직+시집)`을 하려한다는 거다.

이런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낫과 망치`가 그려진 휘장을 쓰는 공산당 체제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농민과 노동자의 이익을 사상의 기초에 둔 중국 공산당이 겨우 먹고 사는 것 외엔 희망이 없거나, 부모 잘 만나 호화생활을 누리거나, 혼(婚)테크로 한방의 인생 역전을 노리는 청년들을 쏟아낸 셈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이런 세태에 대한 한숨과 쓴웃음이 넘쳐난다.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런 세태를 방치했다가는 심상치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상하이 자오퉁(交通)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공안 요원들이 5000여개가 넘는 계정을 새로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웨이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권력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고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소통공간인 웨이보를 공안이 접수한다고 해서 젊은이의 삶이 달라질 건 없다. 여전히 경기가 나빠져 잔업수당이 줄면 당장 먹을 것을 줄여야하고, 백년을 벌어도 내 것이 될 것같지 않은 고급 빌라에 사는 이들을 바라만 봐야 한다는 게 그들의 현실이다.

한한은 "앞으로 10년동안 이런 젊은이들 모두 답이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슴 속에 있어야할 더운 피마저 땅바닥에 내팽겨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내년 다음 세대로의 정권이양을 준비하는 중국 지도부, 올해 90주년을 맞아 100년 정당을 기약하고 있는 공산당의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이 `청춘`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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