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가 판매중인 의약품을 공동으로 팔겠다고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국약품은 이달부터 일본의 아스텔라스와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하루날디’의 공동 판촉에 나서기로 했다. 일동제약은 산도스와, 현대약품은 노바티스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수입약 도입을 꺼려하던 한미약품과 녹십자도 연이어 다국적제약사와 손을 잡고 있다.
일반약 판매 계약도 증가하는 추세다. 동아제약은 지난달 바이엘과 일반약 8개의 영업과 유통을 전담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일반약을 대신 팔고 있으며, 동화약품은 노바티스의 일반약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UCB제약의 일반약 영업을 진행중이다.
판매 제휴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영업력이 취약한 다국적제약사의 입장과 경쟁력 강한 제품이 부족한 국내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능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들은 ‘팔 약이 없어서’ 다국적제약사들의 제품을 대신 팔아주고 있다.
열악한 자본과 기술력 때문에 국내사들이 지속적으로 굵직한 신제품을 배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에 현재 보유중인 제품만으로는 과거에 거뒀던 매출을 장담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가장 빠르고 쉽게 매출을 올렸던 복제약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하지만 이같은 판매제휴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다. 눈 앞의 매출 늘리기에 급급해 신약이나 개량신약의 개발은 뒷전으로 미루고 다른 회사의 제품을 대신 팔아주는 ‘도매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의약품은 그렇다고 쳐도,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반의약품을 대신 판매하는 것은 국내사들의 열악한 신제품 개발 능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꼴이다. 국내사가 다국적제약사들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오히려 국내사들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약 개발은 제약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기다. 외형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본기를 충실히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