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정한 `아랍의 봄`을 기다리며

  • 등록 2011-08-26 오전 10:30:00

    수정 2011-08-24 오후 2:48:52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지난해 12월17일. 튀니지의 작은 도시 시디부지드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26살의 평범한 청년이 단속에 걸려 좌판을 빼앗겼다. 빼앗긴 좌판에 온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던 그의 눈물어린 선처 호소는 냉정하게 묵살당했다. 좌절한 그는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했다.

한 청년의 죽음은 수십년간 지속됐던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독재에 맞선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봉기의 시발점이 됐다. 일명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중동지역의 민주주의 투쟁은 튀니지의 작은 도시에서부터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빠른 속도로 퍼지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총칼로도 막을 수 없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광기`도 민주화의 불길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수천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대가가 뒤따랐지만 수개월간 포기하지 않은 반군의 집념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물론 아직 아랍의 봄이 완전히 도래했다고 보기엔 이르다. 튀니지·이집트에 이어 리비아까지 반란군이 승리했지만 아랍은 무려 8개월이 넘는 길고 혹독한 겨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자세습 독재의 고리를 끊으려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무려 33년간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시위대의 압박 속에서 여전히 정권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혁명이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 등에서도 과도정부의 방향성 등을 놓고 내부적인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이번 리비아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저항했던 카다피의 몰락은 아랍의 혹독했던 겨울이 분명히 지나가리라는 희망의 싹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카다피군의 격렬한 저항으로 인해 한 때 시위대가 수세에 몰리기도 하는 등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자유를 쟁취해냈다.

30년이란 세월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무바라크는 결국 철창 속 이동침대에 누운 초라한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 벤 알리 역시 고개를 숙인채 35년 징역형과 수백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아랍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숙인 독재자와 시민군의 승리를 눈앞에 둔 리비아의 모습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봄내음이 묻어나고 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그것을 버틸 수 있는건 그만큼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봄이 반드시 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화사한 계절이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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