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로 미분양 속출..회사 경영 악화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경영난으로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신세를 지고 있는 기업은 1/3에 이른다. 작년 폐업신고한 종합건설회사는 306개사. 2009년(241개사)보다 27%나 증가했다.
주택경기 침체와 과다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원인이다. 은행대출로 아파트를 지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팔리지 않자 미분양이 속출했다. 이에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기업 재무재표 부실로 이어졌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다 보니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망하는 건설사들이 속출했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런 현황은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은 최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4만가구로 1998년 외환위기 대비 2배 수준이고, 10조원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계가 큰 어려움에 빠져있음을 토로한 것이다.
실제로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 중이던 월드건설이 지난 2월 쓰러졌다. 자금난으로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택해야 했다. 월드건설 뒤를 이어 시공순위 43위의 진흥기업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요청했다. LIG건설은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역시 PF 비용과 공사 미수금이 발목을 잡았다.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올해 돌아올 PF 대출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만기 연장이 거부되면 삼부나 동양건설처럼 쓰러지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최 회장은 "민간 주택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건설 투자 부진에 따른 공사 물량 부족으로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고 수익성은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택 시장은 거래 부진과 금리 인상 등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 미분양 문제 해결에 박차 미분양에 발목 잡혀 건설사들은 주택공급 줄이고, 기존 물량을 우선 털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SK건설의 경우 올해 분양물량은 1000가구가 안되고 있다. 공급 면적도 중대형에서 중소형 위주로 바뀌었다. 한 건설사 대기업의 경우 공급 규모를 축소하고 올해 분양 물량을 500가구 수준으로 잡았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에 손해를 입으면서도 파는 경우도 있고, 일부 기업들은 중도금 이자 면제나 발코니 확장 옵션 등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 출발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서 소비자들의 심리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서 전반적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미분양 문제의 경우 수도권이 더 심각하다"며 "수도권에서 획기적 정책이 없다면 주택 사업자가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소진되기 때문에 미분양 해소 대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