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7월 07일 17시 1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참이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 안팎에선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은 있는지, 중동자금이 하이닉스 투자자로 참여하는데 대해 채권단내 거부감은 없는지, STX가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설비투자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기대 보다는 우려섞인 물음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STX의 인수의지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포트폴리오 다변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STX그룹이 `왜`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조선과 해운에 편중된 사업을 다각화할 시점이고, 하이닉스는 포기하기 아쉬운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해운업에 반도체를 더할 경우 대외 경기에 대한 STX그룹의 민감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조선과 해운업종의 시황은 글로벌 경기, 즉 국제 물동량과 방향을 함께 하는데, D램 업황도 미국과 유럽, 신흥시장의 내수경기와 크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 돈 있나?
인수자금은 충분할까. 증권업계에선 STX가 신주와 구주를 섞어 하이닉스 지분 15%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소요 자금은 2조6000억~2조8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STX측은 중동 국부펀드와 50대50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큰 그림을 설명했다. 유력한 파트너로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이나 무바달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중 한 곳이 반을 분담한다 해도 STX그룹이 동원해야 할 자체자금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STX측은 국내외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이 3조원에 달하는데다, 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는 입장. 향후 STX대련 기업공개(IPO)와 크루즈 조선사인 STX핀란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그룹 재무여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인수의향서(LOI)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면서 "입찰서가 제출되면 투자자간 계약관계를 면밀히 따져본 뒤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언론 보도대로라면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재무적투자자(FI)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M&A 관례에 비춰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UAE(아랍에미리트)간 최근 돈독해진 경제협력 관계를 감안할때 정부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에 반감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뒤 우리 정부는 한-UAE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UAE와 `조선산업 및 반도체 산업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반면 재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후 STX그룹과 하이닉스 모두 자금사정이 나빠지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아부다비 국부펀드 외에는 뚜렷한 돈줄이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가 시급하게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STX가 참여할 여력이 없다면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지분율 확대로) 결국 하이닉스는 중동자본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