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13th SRE]“캐피탈을 어찌할꼬…”

워스트레이팅..신평사도 갑론을박
  • 등록 2011-05-04 오전 8:10:35

    수정 2011-05-04 오후 6:57:57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3일 09시 4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KT캐피탈, 하나캐피탈, IBK캐피탈 등 캐피탈사가 워스트레이팅에 오른 것은 신평사들의 등급 퍼주기 논란의 핵심이다. 단지 이 3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캐피탈사의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있는데, 등급을 올려야 하는 논리나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SRE A자문위원) 카드사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등급버블 논란은 결국 캐피탈사를 향했다. 실제로 지난 6개월(2010년 10월~2011년 3월)간 등급이 오른 캐피탈 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기는 커녕 되레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부동산 PF대출 등 기업금융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캐피탈사들의 부담을 늘리기만 했다. 그런데도 왜 신용평가사들은 캐피탈사의 등급을 올려야만 했을까.

재무구조 악화…그래도 등급은 위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유동성 리스크에 휩싸였던 캐피탈사들은 2009년 하반기 이후 자산규모 증가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분석대상 할부리스 20개사의 관리금융자산은 2009년 말 49조 9000억 원에서 2010 년 9월말 52조 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여신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08년 말 7.5%, 2008년 6월 말 8.6%로 각각 정점을 찍었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PF의 비중은 지난해 9 월말 기준 4.8%와 6.9%로 낮아졌다.

문제는 부실화 자산이 늘었다는 데 있다. 일부 부동산 PF 여신의 건전성 하락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나면서 지난 해 2분기 이후 캐피탈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2010년 1분기 평균 1526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분기 1056억 원에서 3분기에는 384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현대캐피탈 제외 한기평 분석). 여기에 2009년 3분기 이후 개선추세를 보였던 캐피탈사들의 자산건전성마저 2010년 들어 저하되는 상황.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1개월 이상 연체율, 요주의이하여신비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0년 1분기 이후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3개월 이상 연체율도 2010년 2분기부터 악화됐다”며 “특히 작년 2분기 이후 일부 부동산 PF 여신 부실화가 현실화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과 3개월 이상 연체율의 상승폭이 비교적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용평가회사들은 2010년 10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캐피탈사들의 등급을 무더기로 올렸다. 지난 6개월간 등급이 오른 캐피탈사는 IBK캐피탈, 효성캐피탈, 하나캐피탈, KT캐피탈 등이다. SRE 자문위원은 “캐피탈사 등급 상향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평정보고서에도 딱히 눈에 띄는 등급 상향 논리가 없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지방은행과 카드사들의 등급 상향 등 위에서 잡아당기니까 별다른 이유도 없이 캐피탈사 등급도 끌려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하나·KT캐피탈은 어떻길래…

캐피탈사 등급 논란은 일단 하나캐피탈과 KT캐피탈 등 양사로 모아진다. 이 두 곳은 현재 신용평가회사 3사의 등급이 다르다. 현재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는 하나캐피탈에 대해 지난 2~3월 `A+(안정적)`으로 한 단계 올렸지만,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KT캐피탈 역시 한신평과 한신정평이 지난 3월 `AA-(안정적)`으로 상향했고, 한기평은 `A+(긍정적)` 등급이다.

하나캐피탈의 경우 2005년 하나금융그룹 편입 이후 운용자산이 크게 늘어난 반면 2009년 적자를 기록한 영향에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06년말 11.8%에서 2010년말 9.3%로 하락했고, 레버리지배율(총부채/자기자본)은 10.0배에서 13.2배로 상승하는 등 자본적정성이 악화됐다. 감독당국의 규제비율(조정자기자본비율 7%)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태. 단기성 차입금 비중(1년이내 만기도래 회사채 포함)은 총차입금의 66.6%인 1조 1005억 원에 달해 현금성자산(479억 원) 및 타금융기관 차입약정한도(4190억 원)에 비해 과중하다. 하나캐피탈의 대주주는 하나금융지주(086790)로 50.1%를 보유하고 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29.08%)와 코오롱건설(10.1%) 등도 주요 주주다. 이에 대해 하나캐피탈측은 "PF부실 감축과 사업구조 재편후 수익성이 안정화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캐피탈은 KT그룹(KT(030200) 73.7%, KT하이텔 26.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신정평은 BC카드 지분 인수로 인한 사업영역 확대 가능성과 그룹 내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점을 등급상향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하나캐피탈과 마찬가지로 KT캐피탈의 재무건전성은 우하향을 그린다. 2010년 9월말 기준 조정자기자본비율과 레버리지배율은 각각 9.9%, 10.6배로 전년 말(12.1%·8.6배)에 비해 악화됐다.



SRE 자문위원은 “신평사들이 등급을 올려주려다 보니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는 무리한 근거를 대는 경우가 있다”며 “KT캐피탈의 경우 BC카드 인수로 인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이후 상향해도 늦지 않는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타업종에 비해 캐피탈업에 대주주의 지원가능성이 크게 반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등급 상향도 실적이나 개별 재무 지표에 근거한다기보다 계열에 근거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모기업 지원 가능성 `뻥튀기 심각`

이런 상황에 등급이 상향되지 않고 유지되는 곳은 재무구조 악화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산은캐피탈. 산은캐피탈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08년 3월말 3.9%에서 지난해 9월말 19.3%까지 높아졌다가 2010년 말 12.8%로 다소 하락했다. 신평사 측은 2010년엔 부동산 PF대출채권과 관련 유동화증권에 대한 대규모 대손상각비 및 손상차손 인식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건전성 관련 비율이 여전히 열위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RE 자문위원은 “산은지주가 9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자본확충 등에 있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로 등급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사실상 캐피탈사들의 독립적인 등급은 대부분 BBB이하”라고 꼬집었다. 효성캐피탈 (A+)은 모기업인 효성(004800)(A+)과 동일 등급이라는 점, 계열사인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이슈 등이 부각되며 워스트레이팅에 꼽혔다.

SRE 자문위원들은 지난해 은행과 공기업에서 시작된 독립적인(Stand alone) 재무건전성 등급과 모기업의 지원가능성 문제가 건설사 등으로 번지는 가운데 최근 캐피탈사들의 등급이야말로 `과도한 노칭업(Notching-up)`의 산물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캐피탈업은 고성장과 치열한 경쟁구도, 중하위 신용대의 산업영역, 단기 편중이 심한 대규모 차입 조달 등 사업 특성상 거의 모든 이슈에서 언제든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민감한 분야”라고 경고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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