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피플)`딜링의 달인` 박형근 SC제일銀 상무

"다양한 고객 확보에 총력 기울일 것"
  • 등록 2010-03-08 오전 10:00:00

    수정 2010-03-08 오후 4:11:54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딜링룸에 워낙 오래 있다보니깐 트레이더들이 출근하는 것만 봐도 벌었는지 잃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출근을 일찍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 못하더라(웃음). 트레이딩을 잘 하는 사람은 제 시간에 나오고..심지어 앉은 자세도 다르다. 다리가 가끔 책상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

말 끝에 '사실은 농담'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있고, 실제 결과를 내는 사람은 자세부터 남다르다'는 뼈있는 말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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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근 SC제일은행 기업영업부 상무


박형근 SC제일은행 기업영업부 상무(48세, 사진)는 통화 및 금리 트레이딩 뿐만 아니라 M&A 프로젝트, 파생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딜링룸 내 외환, 상품, 이자율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말이 매우 능숙하지만 살짝 영어 억양이 남아있는 말투로, 질문 하나하나에 큰 제스처를 하며 열심히 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젠틀함이 몸에 배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던 직원이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살짝 귀띔해줬다.

인터뷰를 하면 보통 대상자가 살짝 긴장을 하거나 진지함 일색인 경우가 많지만 이번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선택했다면 그 반대의 선택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딜링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박형근 상무의 얘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박 상무와의 일문일답 전문.

-딜링룸에서 일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되는가
▲1985년에 미국 씨티은행에 입사했고 1988년부터 딜링룸에서 통화, 금리 등을 트레이딩했다. 한국에는 1998년말에 들어왔고, 한국 씨티은행에서 7년정도 다니다가 SC제일은행으로 옮겨 현재 4년 정도 됐다. 딜링룸에만 20년 넘게 있다보니 사무직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직책이 지금 상무라고 하지만 자리는 딜링룸 한켠에 조그만 책상만 있다.(웃음)


-SC제일은행 외환부문의 강점에 대해 말해달라
▲고객 기반이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객 기반이 넓으면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오는 선순환이 생기고, 딜링룸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가격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또 딜링룸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출신의 인력이 있다는게 재산이다. 우리 딜링룸은 마치 UN과 같다. 해외에서 온 IB출신도 있고, 국내은행 출신도 있고 신입도 있다. 딜링룸 전체 인원은 약 70명 정도 된다. 미들과 백오피스를 다 합치면 더 큰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순수한 딜링만 감안한다면 최대 규모일 것이다. 이 가운데 외환 트레이더는 5~6명 정도고, 영업 인력이 대기업, 기관, 중소기업 담당 모두 합쳐 40명 이상된다.

-트레이딩에 있어 중요한 자질은?
▲예를 들어 누군가 시장이 강세를 갈 것이라고 보고 그 방향으로 포지션을 잡은 사람이 있다면 난 그 사람에게 묻는다. "시장이 왜 약세가 되어야 할까?"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시 묻자) 알기 쉽게 다른 예를 들자면 누군가 삼성 컴퓨터를 샀다고 하자. 그럼 난 묻는다. "애플 컴퓨터가 왜 좋은가?"라고. 만약 그 사람이 애플 컴퓨터의 장점에 대해 곧바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애플 컴퓨터의 이러저러한 점이 좋지만, 삼성 제품의 이러저러한 점이 더 좋기 때문에 샀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기회나 대안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거다. 시장을 바라볼때도 마찬가지다. 환율이 어느 특정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그 속에 상승 리스크도, 하락 리스크도 다 품고 있다는 의미다. 환율 상승에 베팅했다면 하락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잡아야 이익을 낼 가능성이 더 커진다. 한마디로 나와 반대에 있는 상대방을 전부 이해하고 시장을 대해야 한다는 거다.

-효율적인 딜링을 위한 툴이 있는가
▲외환 트레이딩 같은 경우 기관마다 컬처나 툴이 다르지만 사실 이보다는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가격이 낮은 시점에서 팔고 높은 시점에서 사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손실을 보라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맞다. 하지만 자주 깨져봐야 한다. (자주 깨지다보면 리스크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 '크게' 깨지라는게 아니다. '자주' 깨지라는 거다. 같은 말처럼 보여도 그 두 개는 분명 차이가 있다. 10번 거래를 할 때 아홉 번 깨지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있고, 도전한다면 한번의 성공으로 아홉 번을 모두 만회하고도 남는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기는 어떻게 넘겼는지
▲지난 2년동안 정신이 없었다. 업계 전체적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있었지만 SC제일은행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딜링한 것이 효과를 봤다. 좋지 않은 성과를 내는 딜러가 있다면 가장 큰 이유는 '포지션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과거 UBS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진짜 딜링을 잘하는 사람은 1년에 몇 번만 포지션을 들고 가더라. 쉬는 것도 딜링의 일부분이다.

-올해 환율 전망은 어떻게 보나
▲외환 업무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방향에 베팅하거나, 호가를 내 시장을 조성(마켓 메이킹)하거나, 아비트리지(무위험 차익거래)다. 아비트리지의 경우 비정상적인 가격을 캐치해 이익을 보는 것인데 원래 쉽지 않은 영역이다. 방향에 베팅을 하는 쪽은 올해 어려울 것 으로 보인다. 방향성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방향을 묻는다면 하락이지만,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빠질 것이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마켓 메이킹의 경우 사자와 팔자 사이의 스프레드로 돈을 버는 구조인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외환 관련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은.
▲아무래도 고객을 지금보다 더 다변화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고객이 한정돼 있거나 대기업만을 상대로 하면 상품 가격도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 박형근 SC제일은행 기업영업부 상무 프로필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제학 학사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MBA
-옥스포드대학 SAID 경영대학원 경영자 연수 프로그램
-씨티은행 통화·금리 트레이더
-UBS 외환선물 담당
-씨티은행 서울 트레이딩팀 총괄
-씨티은행 파이낸셜 마켓 그룹 헤드
-씨티그룹 프라이빗 뱅크 대표
-(현) SC제일은행 기업영업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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