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한국 주식 더 샀어야..소기업에 기회있다

한국 주식 더 투자했어야 했는데..아쉬움 피력
달러 약세 장기화..CDS 문제 안될 것
연준 위기 관리 능력에 후한 점수
  • 등록 2008-05-04 오전 8:57:46

    수정 2008-05-05 오후 2:51:01

[오마하(네브래스카주)=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몇년전 한국에서 대단한 기회를 찾았고, 그 때 더 많은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버핏은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무려 6시간에 걸친 주주와의 대화시간을 통해 "대부분의 기회는 작은 기업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버크셔 주주들로 가득찬 퀘스트센터

그는 개인 자격으로 한국 주식 20개 종목에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포스코 지분 4%를 갖고 있다.

버핏은 또 달러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각에서 제2의 서브프라임으로 우려하고 있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회는 소기업에 있다..비전문가엔 인덱스펀드 권유

버핏은 "소규모 자금을 갖고 투자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해 "해외 주식을 포함해 채권과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기회가 널려있다"며 작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그는 특히 한국을 예로 들면서 몇년전 대단한 기회를 발견했었지만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대부분의 기회는 작은 기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의 오랜친구이자 사업파트너로 주주와의 대화시간에 동석한 찰스 멍거 부회장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버핏은 또 "100만달러를 갖고 처음 투자하는 비전문가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뱅가드 등이 운영하는 저렴한 수수료의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멍거도 "당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인덱스 펀드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버핏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투자원칙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재산의 75%를 한 곳에 투자하고 싶은 강한 확신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며 "이런 경우가 자주 오지는 않겠지만 특별한 기회가 보이면 재산의 75%를 투자하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산의 500%를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해 빚을 내서 투자하지는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달러 약세 장기화..CDS 문제 안될 것

버핏은 "미국 정부는 그동안 달러를 약화시키는 정책을 써왔고, 앞으로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화성에서 화성돈을 갖고 와서 환전해야만 한다면 아마도 모든 돈을 달러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버핏은 또 "코카콜라 등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많은 이익을 올리는 회사들에 투자한 것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한다"며 투자회사의 환차익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버핏은 CDS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CDS는 채권 발행 업체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드는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CDS 영업을 하고 있다.

그는 "CDS는 변동성이 매우 크지만 아직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제2의 서브프라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베어스턴스 사태를 막기 위해 개입한 사례를 감안하면 시스템적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션 등 파생상품 또 `경고`
 
버핏은 올해도 파생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200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파생상품의 `예기치 못한 위험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경고는 전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적중한 바 있다.
 
버핏은 "거래되는 기업을 사거나 처분할 때 옵션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버크셔 해서웨이는 옵션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서 "기업을 살때는 그냥 주식을 살뿐이고, 여러분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는 통화 헤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이 옵션 가격 테크닉을 배운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며 "오직 회사와 주식시장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느냐를 아는 게 필요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 인수는 소기업..CEO 거액보상 문제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꽤 낮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대형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소기업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액 보상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버핏은 "주주들이 그러한 경우를 봤을 때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나머지는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멍거도 "톱 랭크의 경영자들은 너무 많은 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 도덕적 의무(moral duty)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 위기능력 후한점수..신용위기 최악 끝났다

버핏은 "연준이 베어스턴스 구제라는 적절한 조치를 통해 혼란스러운 상황을 모면했다"며 연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버핏은 "규제당국의 조치가 실패했다면 더 많은 업체들이 쓰러지고 패닉은 더욱 확대돼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버핏은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신용위기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모기지를 가진 개인들의 고통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신용위기의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버핏은 최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은 경기후퇴(recession)에 이미 빠져들었고, 그 과정은 짧거나 얕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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