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500명 사망설’까지 나도는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의 유혈사태는 15일 소강국면으로 접어 들었으나 희생자 유족들의 격렬한 항의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희생자 유족 격렬항의 속 대량 탈출사태 속출
군인들의 발포로 소요사태가 진압된 안디잔에는 14일 중무장 군경이 거리를 순찰 중인 가운데, 희생자 유족들이 곳곳에서 강경진압을 성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군이 부녀자와 어린이들에게도 발포를 했다”고 비난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사망자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고, 현지에선 ‘시신 200구가 트럭에 실리는 것을 보았다’ ‘병원에 500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안디잔에서 50㎞쯤 떨어진 키르기스스탄 접경지역 카라수 마을에서도 14일 시위가 벌어져 경찰서와 세무서 등 관공서를 습격하고 경찰차를 불질렀고, 우즈베키스탄 정부군이 카라수를 포위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당국은 사건발생 후 CNN BBC 등 외국언론의 현장촬영과 송출을 금지하는 등 언론통제를 실시해 현지 움직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디잔 주민들과 부상자 6000여명이 국경을 넘어 키르기스스탄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키르기스스탄 국경수비대가 이를 저지했으며, 인접 타지키스탄 국경도 폐쇄됐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안디잔 소요사태를 현장에서 유혈진압한 뒤 수도 타슈켄트로 돌아가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해산시키려 했으나 ‘이슬람 과격세력’이 순응하지 않아 강경진압을 했다고 설명했다.
◆ 민주화 혁명 가능성 낮지만 불씨는 여전
이번 사태가 구 소련권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혁명으로까지 진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들이 많이 나온다. 카리모프 정권의 장악력이 아직 강력하고, 미국과 러시아 등 외부 국가들도 카리모프 퇴진을 적극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테러 후 아프카니스탄 침공작전 때 비행장 제공 등으로 협조한 친미성향의 카리모프 퇴진을 원치 않는 기조여서 당장 우즈베키스탄 민주화 운동을 지지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또 러시아도 카리모프가 퇴진할 경우 발생할 불안정한 국면과 혼란상을 우려하고 있다. 소요자체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반정부 주장에 현지 주민들의 경제난이 결합된 것으로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산될 요소는 많지 않다는 분석들이다.
하지만 정부 발포로 빚어진 유혈사태 희생자들의 반발과 유혈사태의 참상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그것이 카리모프 장기 집권에 대한 염증과 결합될 경우 본격적인 민주화 시위로 번질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우즈벡 시위대 최대500명 사망설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도시인 안디잔에서 지난 13일 정부군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발포로 빚어진 유혈사태 사망자가 최대 500명에 이른다고 외신들이 15일 전했다.
외신들은 정부군의 유혈 진압 이후 추가 소요는 전해진 것이 없으나 현지 주민들이 정부 탄압을 피해 인접국으로 대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디잔의 한 의사는 이날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안디잔의 제15호 학교에 500여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으며, 2000여명이 부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디잔의 한 인권 단체 관계자는 여성이 다수 포함된 300여구의 시신을 실은 트럭들과 버스 한 대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