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경인기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증시가 해묵은 악재인 국제유가에 일희일비한 불안한 한 주가 지나갔다. 모멘텀없이 악재의 강도에 따라 방향성 없이 흔들리기가 이미 오래. 언제 어떤 변수가 또 악재로 작용할런지, 투자자들은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그러나 지난주 연중 최저점을 찍으며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안겨줬던 선물시장은 든든한 하방경직성을 증명하며 95선까지 뜀박질했다.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모멘텀은 여전히 없지만, 부정적인 대외 여건에도 박스권 하단으로 밀리지는 않으리라는 강력한 시장의 의지를 확인한 셈.
이번주(8월9~13일) 역시 강력한 반등을 견인할 모멘텀은 없다. 그러나 베이시스 개선추이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외국인의 현물매수 지속 등 수급상에서는 몇가지 긍정적인 면들이 눈에 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베이시스를 움직이는 축인 외국인 선물매매와 옵션만기일을 앞둔 프로그램 매매에 쏠려있다.
◇미결제 감소세..외국인 동향 주목
지난 주 후반들어 눈에 띄는 변수 중 하나는 지수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결제약정이 감소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미결제약정은 한 주 내 10만계약을 웃돌며 반등시 감소, 하락시 증가 추이를 보여왔다. 매도세가 강력한 시장주권을 확보한 가운데 하락 에너지가 보다 더 강하다는 방증이었다.
그러나 주말들어 반락에도 불구하고 미결제약정이 감소하며, 매도세력의 의지가 약화됐음을 암시했고,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급격히 악화됐던 베이시스가 7월 중반 이후 처음으로 콘탱고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베이시스의 키를 쥐고있는 외국인의 선물매매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그에 따른 미결제약정이 어떠한 변화를 보일 것인지가 주목된다. 선물은 매도하고 현물은 매수하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외국인이지만, 주 후반들어 미결제 감소와 함께 매도강도가 약해졌단 점이 약간의 기대를 갖게한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말 미결제약정 감소세는 유가와 같은 불안정한 해외변수와 이번주 예정된 옵션만기일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최근 형성된 박스권의 중요 권역에서는 미결제약정의 급변이 선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규형 동양종금증권 차장은 "주중 매도세로 일관했던 외국인이 주말을 앞두고 9000계약 수준의 대규모 매수세를 시현해 기존 매도 포지션의 상당부분을 축소했다"며 "주말 재차 매도를 통해 누적 매도포지션이 다시 7000계약 수준에 달했지만, 외국인의 매도지속에도 베이시스의 점진적인 회복이 시도된 점은 매도강화가 약화된 면모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까지 외국인 매매상 추세전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으나, 전형적인 박스권 매매를 행하고 있어 적어도 박스권 하단부에 대한 지지 기대감은 유효한 상황"이라며 "여전히 베이시스 방향에 대해 외국인 선물매매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옵션만기..비차익 영향력 강화
최근 악재의 압박에도 지수의 박스권 지지가 가능했던 원동력 중 하나는 프로그램이다. 차익잔고상 매도실탄이 사실상 소진돼, 베이시스의 급격한 악화에도 불구하고 매물출회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 이에 따라 베이시스 개선이 어렵기도 했지만, 시장은 보다 강력한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베이시스는 미미한 프로그램 매물과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장 막판 강력한 반등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주중 옵션만기일을 낀 이번주, 소폭의 베이시스 개선추이만 이어진다면 프로그램이 강력한 매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승훈 대투증권 차장은 "지난 주말 평균 베이시스는 여전히 -0.69를 기록해 매수심리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시장 하락리스크가 적다는 인식이 서서히 회복된다면 옵션만기일 전후로 긍정적인 웩더독(프로그램 매수로 인한 선순환) 현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황재훈 연구위원은 "베이시스 악화에 따라 차익용 프로그램 매매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차익거래용 프로그램매매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며 "최근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동향은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옵션만기 주간의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 역시 이 같은 과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과장은 "이번주 양호한 수급구도를 대외여건이 어느 정도 뒷받침해 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이 7월 이후 1.2조원을 매수했고 누적으로 연중최대치를 기록하고 이어 현물시장 체력이 크게 보강됐고, 특히 주후반 반등에도 매수차익잔고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베이시스 수준에 따라 긍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술적 측면에서 ▲5일선의 상승반전 ▲미결제약정 감소 ▲거래대금 풋-콜 레이쇼 하락반전 ▲콜옵션과 풋옵션의 대표 내재변동성 역전 등 긍정적 변수들이 추가로 발견된다"며 "대외여건의 작은 개선에도 반등 강도가 커질 것"으로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