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뉴욕] 이번 항공기 테러에 따른 피해는 물리적으로 집계조차 쉽지 않다. 일단 건물 인명 등 직접적인 파괴로 인한 피해가 약 200억달러, 그리고 생산차질 등에 따른 부차적인 피해도 4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주가폭락에 따른 자산가치 상실은 지난주 한주동안에만 1조5천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더구나 테러 이후 심리적 충격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까지 감안할 경우 아예 계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반대로 테러로 인해 가장 덕을 본 측은 어디일까. 테러 직후 월마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총기류, 텔레비전 세트, 휘발유 통, 그리고 성조기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점에서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혹은 월드트레이드센터 붕괴로 인해 뉴저지나 맨해튼 미드타운지역의 부동산업자들 역시 즐거은 비명을 올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금전적인 이익을 향유한 업체들 보다는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 일생일대의 호기를 잡은 루디 줄리아니 뉴욕시장이야말로 이번 참사의 최대 수혜자일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지난주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이 개최됐던 국회의사장에서 나타났다. 이날 조지 패타키 주지사와 함께 국회의사당에 참석했던 줄리아니 뉴욕시장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노고를 치하하는 발언을 했을 때 국회의사당은 박수와 환호로 떠나갈 듯했다. 아예 부시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연단위에 올라섰을 때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가 장시간 이어졌다. 이번 참사에서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보여준 리더쉽과 뉴욕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헌신은 전세계 시민들의 뇌리에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참사 이전만해도 줄리아니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엊갈린 것이었다. 물론 미국경제의 장기호황과 더불어 맨해튼지역을 과거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경찰력을 크게 보강, 범죄율을 급격하게 낮춘 점 등은 상당수 뉴요커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었지만 지난 수개월동안 불거진 부인과의 이혼과정에서의 스캔들, 경찰의 잔혹한 인종차별적 야만성으로 인해 궁지에 물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참사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리더쉽은 줄리아니 시장에 대한 모든 부정적 시각을 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테러이후 수일동안 거의 24시간 생방송된 지역 뉴스프로그램에서 줄리아니 시장을 1시간 이상 보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만큼 그의 행동반경이 넓었기 때문이다. 그 바쁜 와중에도 지난 8월 사망한 한 소방관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 사망한 부친 대신 자신이 신부를 인도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얼마전 줄리아니 시장을 헐뜯는 "추잡한 인간, 줄리아니"라는 책을 내놓았던 에드워드 코치 전 뉴욕시장조차도 "뉴요커들은 루디를 계속 시장직에 남게 할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줄리아니 시장을 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 한 설문조사에서 뉴요커들은 91%가 줄리아니 시장의 테러 수습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57%는 줄리아니 시장의 연임을 위해 기존의 시장직 연임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미 연임중에 있는 줄리아니 시장이 현재 경선을 벌이고 있는 6명의 후보자들의 단호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개편을 통해서라도 다시 시장직에 출마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상원 진출을 위한 힐러리 클린튼과의 경합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고환암을 이유로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라도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줄리아니 시장이 과연 또 다시 연임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뉴요커들의 그에 대한 찬사는 테러에 따른 심리적 충격을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 듯 거의 열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