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상승을 주도했던 첨단기술주(TMT)가 수급불균형과 자금시장불안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수익성 보다는 성장성을 배경으로 급등했던 닷컴주는 버블이 꺼지면서 증시 폭락의 주범으로 등장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증시의 굳건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주도 반도체 경기논쟁에 휘말리면서 하루 하루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익성을 겸비하지 못한 첨단기술주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정점 논쟁이 과열되면서 "장미빛"과 같았던 성장성 지표가 이제는 "뜬 구름"과 같은 불확실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닷컴주가 종전과 같은 인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첨단기술주 중심으로 시장의 관심이 좁혀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정부의 M&A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닷컴주가 M&A 테마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첨단기술주와 관련된 테마로 "디지털위성TV", "M&A", "IMT-2000" 등을 꼽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이 다시 대규모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TV방송 테마주= KBS 등 국내 방송 3사가 지난 3일부터 디지털TV 시험방송을 실시하면서 관련 종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는 셋톱박스 등 관련 종목이 상승세를 타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디지털TV 관련주가 테마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다소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 디지털TV방송이 국내외에서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이번 디지털TV 시험방송에 이어 2001년부터 수도권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본방송이 시작된다. 또 2002년에는 수도권 전지역, 2003년까지는 광역시, 2005년까지 시군구 지역으로 확대돼 전국적인 디지털 방송망이 구축된다.
또 디지털TV방송은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지난 98년부터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스웨덴, 스페인도 지난해부터 디지털TV방송을 시작했다. 아시아와 남미지역도 곧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개시될 예정이다.
퓨처테크놀로지사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TV 수요는 2002년 2000만대를 시작으로, 2005년 4000만대, 2006년에는 4700만대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LG전자는 오는 2006년까지 국내 디지털TV시장은 274만대, 9조원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성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지털TV방송 실시로 전자산업의 새로운 전환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디지털TV 수상기를 만드는 가전사 외에도 디지털TV 관련 셋톱박스, 디스플레이, PCB, 반도체, 콘덴서업체도 수혜종목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애널리스트가 꼽은 디지털TV방송 관련 수혜주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TV= LG전자, 삼성전자
▲셋톱박스= 삼성전기, 휴맥스, 청람디지탈, 프로칩스, 기륭전자, 현대디지털테크
▲반도체= 삼성전자, 현대전자
▲디스플레이= 삼성SDI, LG전자
▲콘덴서= 삼영전자, 삼화전기, 삼화콘덴서
▲PCB= 삼성전기,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트랜스포머= 삼성전기, 보암산업, 한국코아, 삼화전자
▲인덕터= 필코전자, 쎄라텍
▲네트워크장비= 성미전자, 콤텍시스템, 자네트시스템
반면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디지털TV방송으로 셋톱박스 업체가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시장의 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휴맥스와 택산아이엔씨 등 기술력을 선점하고 있는 회사와 영업기반을 닦아놓은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락현 동양증권 코스닥팀장은 "디지털TV 관련주가 최근 시험방송을 계기로 관심을 모았지만 테마주로 자리잡고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며 추석 이후 디지털TV 테마형성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형 닷컴주 M&A 테마주로 부상 가능성= 정부가 M&A 펀드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등 M&A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닷컴종목이 M&A 테마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락현 동양증권 코스닥팀장은 "정부가 M&A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M&A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닷컴기업의 경우 중소형주 보다는 새롬기술, 다음, 한글과컴퓨터 등 대형주가 대표적인 M&A 관련주로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내다봤다.
김중곤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궁지에 몰린 주식시장의 마지막 대안은 M&A 테마라고 주장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특히 벤처기업간 M&A관련 테마는 M&A과정에서 인수업체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 분야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시장인지도가 높고 자금동원력이 있어야 하고 주식 스와핑에 의한 M&A가 활성화될 경우에는 시가총액이 큰 업체들이 유리하다는 점을 들었다.
닷컴기업중에서는 다음, 디지털조선,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한통하이텔, 엔씨소프트 등이 유망한 M&A 관련주로 예상했다.
◇IMT-2000 테마주 = 정부가 이달말까지 IMT-2000 희망사업자로부터 비즈니스 플랜을 받아 12월말까지 3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IMT-2000이 강력한 테마주로 형성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호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종목이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높은 한국통신,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LG텔레콤, SKT 등이 유망 종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IMT-2000 장비 및 부품업체도 테마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엠더블유, 서두인칩, 에이스테크놀로지, 단암전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도체=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대표적인 반도체주가 외국인 매도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에서 불어닥친 반도체 경기논쟁 회오리에 휘말린데 따른 것이다.
김기태 W.I카증권 이사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저평가 여부에서 경기논쟁으로 옮겨갔다는 게 종전과 현재의 근본적인 차이"라며 "추석 이후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줄어들겠지만 예전과 같은 대규모 매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이사는 또 "미국 반도체 종목의 움직임이 향후 국내 반도체 주가의 향방을 지속적으로 결정짓는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동헌 SK투신 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장 본부장은 "지난 90~95년 반도체경기가 전성기를 구가했을 당시에도 삼성전자 등은 끊임없는 반도체 경기 논쟁속에 변곡점을 찍었다"며 "이번 경기논쟁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봐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선지 1년 반 밖에 안된 시점에서 꼭지를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면서 "더이상의 부정적인 견해는 유보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