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9~21일 사이에
삼성전자 주식 2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같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는 반도체경기 정점논쟁이 재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라도 하듯 상반기실적과 10% 배당방침 등 호재성 재료를 내놓은 시점에 생긴 일이어서 투자자들 사이에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시격언이 먹혀든 것이라면 그동안 상승에 따른 조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라면 반도체 경기논쟁의 전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반도체업황을 둘러싼 공방이 있더라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엔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정도의 무게가 실려 있는 점이다.
반도체업황논쟁은 7월들어 본격화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조나단 조셉이란 분석가가 지난 5일 "반도체 펀드멘털 둔화"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른바 1차논쟁이다. 11일 메릴린치증권의 보고서는 2차논쟁을 촉발했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에서
삼성전자를 팔면서도
현대전자는 사들이고 있다. 한쪽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투자자 심리 저변에 어느새 논쟁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이 무려 4조 5000억원에 이른다. 평가익은 대략 외국인 보유시가총액 증가분(10 조 8000천억원)에서 외국인
삼성전자 순매수액을 뺀 6 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동원증권)
◇SSB 조셉의 폭탄발언="반도체 논쟁"에 불을 붙인 분석가는 SSB의 조나단 조셉이다. 미국현지시각 7월 5일자(뉴욕시장 개장전 배포) 자료에서 반도체 펀드멘탈이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상회에서 중립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edaily 7월6일 06:41분 기사 참조)
조셉은 펀드멘탈 둔화의 근거로 매출성장률 둔화, 조업시간 단축경향, 핸드셋시장 약세를 꼽았다.
쟈딘플레밍증권은 그러나 7월 6일자 자료에서 D램 업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와 내년의
삼성전자 순익 전망치를 6조2000억원과 9조2000억원으로 각각 제시하면서 매수 추천을 유지했다.
◇메릴린치 히토시 신의 동조성 언급=7월 6일 오전 메릴린치 일본의 히토시 신(Hitoshi Shin) 분석가는 일본시장 분석자료에서 오는 4분기 경부터 전자산업내 중심축이 반도체소재에서 네트워크주로 이전할 것을 점치면서 NEC 히타치 후찌즈 등이 매수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히토시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설비투자 증가와 도시바, 미쯔비시전기 등 일본 반도체업체의 시장점유율 하락 현상을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SSB 반박=그러나 메릴린치 홍콩은 7월 6일 장중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자사의 반도체 의견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조셉이 지적한 셀룰러시장은 글로벌 반도체수요의 10% 미만인 시장일 뿐이며 디지털 등 신제품시장에 따른 신규수요창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edaily 7월6일 14:04분 참조) 메릴린치는
삼성전자, TSMC, 윈본드에 대한 매수 추천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유비에스워버그(UBSW)증권은 5일
삼성전자에 대한 올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고 크레디리요네(CLSA)증권도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가격을 55만원으로 올려 변함없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edaily 7월6일 10:50분 기사 참조)
◇국내 애널리스트도 일제히 SSB 공격=
신영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를 비롯 국내 반도체업종 담당자들도 일제히 조셉리포트를 비판했다. 반도체 산업은 2002년까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주식의 현재 상승추세도 2001년까지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이 많았다.
◇메릴린치내 분란=이같은 공방은 며칠간 수그러드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메릴린치증권의 계량분석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의 보고서가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반도체와 반도체장비,부품제조업종은 상품가격과 높은 상관성을 갖고 있으며 상품가격 모멘텀은 정점을 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동안 S&P500 대비 반도체 반도체장비 부품제조주식은 12개월간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98년 외친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시장비중(Market-weight)으로 이들 업종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번스타인에 대한 공격 포인트=국내외 분석가들은 번스타인이 반도체업종 분석가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국내 분석가들은 미국발 반도체 뉴스를 국내관련기업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의 애널리스트 최석포씨는 "
삼성전자 현대전자 반도체장비및 재료업체는 세계DRAM산업과 국내반도체업체들의 시설투자에 업황이 좌우되지만 미국업체는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비메모리산업(특히 통신산업)의 업황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논쟁과 관련,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로 축소해 월간 단위로 보면 D램의
경우 올해 10~11월이 수익력(판매가-총원가)이 가장 높은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과잉투자 논란에 대해선 지난 95년의 과잉투자는 주요 투자가 D램 위주로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플래시 로직 등 통신칩 분야에 주로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D램시장 패권경쟁에 대만업체가 신규진입했으나 지금은 일본업체는 D램에서 철수하는 분위기이며 대만 D램업체도 파운드리 업체로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 진영훈씨는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정점을 기록한 1개월 후에 DRAM시장이 정점을 나타냈다"며 "DRAM시장의 정점은 2002년 하반기에 시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대한 매수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메릴린치 댄 헤일러의 SSB반박=메릴린치증권의 댄 해일러 분석가는 지난 18일자로 일본을 제외한 13개 아시아반도체업체의 2분기 실적을 토대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의 전문은 SSB 조셉의 보고서에 대한 체계적인 반박 보고서로 일부 공표됐다. 이 보고서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중기 및 장기매수를 추천했다. DRAM부분에 관해선 현물가격이 아닌 펀드멘털에 의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논쟁을 계속될까=반도체경기논쟁을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주가변
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와 국외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시각도 엇갈린다.
삼성전자가 이미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 국제시장의 논리를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주체적인 분석과 논리전개는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