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했던 나스닥지수가 17일 사상 최대 폭등(포인트 기준)으로 돌변했다. 다우지수도 2.69% 상승하는 등 뉴욕 증시의 4대지수가 일제히 폭등했다. 그러나 대형주들만이 큰 폭으로 올라 지수를 끌어올렸을 뿐이어서 상승종목보다는 하락종목이 더 많았다.
17일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217.87포인트, 6.56% 올라 포인트기준으로 사상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퍼센트기준으로는 블랙먼데이 이틀후였던 지난 87년10월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다우지수도 276.74포인트, 2.69% 상승한 1만582.51을 기록했고 대형주중심의 S&P 500 지수는 44.88포인트, 3.31% 상승한 1,401.44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형주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5.54포인트, 1.22% 오른 459.26에 그쳐 투자자들이 안전한 대형주에 몰리고 상대적으로 소형주에 관심을 쏟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나스닥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컴퓨터 관련주, 네트워킹 등 대형 첨단기술주였다. 시스코가 막판에 상승폭을 늘려 16.67%나 올랐고 인텔(11.36% 상승), 오라클(19.70%), 선마이크로(10.95%), JDS 유니페이스(23.08%), MCI 월드컴(5.59%), 퀄컴(11.11%) 등이 나스닥지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초반 약세에서 벗어나 2.37% 상승을 기록했고 반도체회
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스도 16.98%나 상승했다.
반면 야후는 1.40% 떨어졌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도 금융주와 컴퓨터관련주 등 대형 기술주들이 상승했다. 시티, 뱅크아
메리카 등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호전됨에 따라 금융주가 초강세를 보였다. 또 휴
렛팩커드, 컴팩, 루슨트, 노키아 등 대형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월마트, 홈데포 등 유통주와 엑슨모빌 등 석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다우지수의 발
목을 잡았다.
뉴욕 증시는 이날 장중에 100포인트이상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다가 막판에 큰 폭의 상승세
를 탔다. 이날 장중에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증거금대출이 과다한데 따른 매물부담을 투자
자들이 의식한 때문이지만 막판에 대형 첨단기술주와 블루칩에 대한 매수세가 마진콜(증거
금 대출 상환 또는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렸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상승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편이지만 뉴욕 증시가 아직 건강하다는게 입
증됐다는 견해가 더 많았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기본이 탄탄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대형
첨단기술주와 블루칩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줄뿐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날 아침 도날드슨 루프킨 젠레트(DLJ)의 수석투자전략가인 토머스 갤빈과 뱅크아메
리카증권의 투자책임자 토머스 맥마누스가 주식투자보유비중을 늘리도록 추천하고 골드만삭
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이 뉴욕 증시의 장기전망이 좋다는 종전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게 투자분위기를 밝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DLJ의 토머스 갤빈은 주식투자보유비중을 종전의 80%에서 90%로 늘리고 현금보유비중을 5%에서 10%로 확대하는 한편 채권보유비중을 종전의 15%에서 0%로 없애도록 추천했다. 갤빈은 닷컴회사를 제외한 대부분 주식들의 가격이 너무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뱅크아메리카증권의 토머스 맥마누스도 주식보유비중을 75%에서 80%로 늘리고 채권보유비
중을 25%에서 20%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인 골드만삭스의 애비 조셉 코언도 이날 아침 S&P 500 지
수가 연말에 1575, 앞으로 1년이내에 1625까지 15~20%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투자자들
에게 보냈다. S&P 500지수는 이날 1,400선을 넘어섰다. 코언은 "지난주의 증시 폭락은 시장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일뿐 미국 경제의 기본상황(펀더멘털)은 전혀 변하지 않았"며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같지 않다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 린치도 지난주말의 사상 최대 폭락에도 불구, 이날 포트폴리오 모
델을 종전대로 주식 50%, 채권 30%, 현금 15%, 상품 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반더 물렌의 기술적 분석가인 앤디 벤코프는 "나스닥지수의 경우 지금까지 5번에 걸쳐 4주
간에 15%이상 하락한 적이 있는데 그후 12개월내에 18~81%의 상승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전망을 밝게 보는 전문가들도 대형 첨단기술주와 블루칩을 선호할뿐 닷컴 등 소형 첨단주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앨런 스크랜커는 "투자자들이 양질의 가치주로 옮겨가고 있으며(flight-to quality),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닷컴 등은 서서히 석양속으로 저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상승이 일시적인 반등일뿐 조만간 다시 매도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
들도 적지않다. HSBC 애셋 매니지먼트의 조셉 드마르코는 아직 뉴욕 증시가 바닥까지 내
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주에 새로운 바닥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 후반에 다시 매도세가 밀어닥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재 월가는 "계란위를 걷고 있다"고 표현했다.
에브렌증권의 기술적 분석가인 그레그 니도 "이번주에도 바닥이 어디인지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불안정한 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지난주 금요일의 폭락이 바닥을 시험한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거래량이 매우 많았던 점을 지적, 아직 시장에 매도압력이 만만치 않
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1,271개종목이 올랐고 1,741개종목이 하락했으며 거래량은 11억주였다. 나스닥시장에서는 1,750개가 오르고 2,616개가 하락했으며 25억주가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