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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성·호중 형제의 수증은 이들이 미성년자일 때 시작됐다. 2002년생인 장남 호성씨는 만 3세였던 2005년 한미반도체의 상장과 함께 지분 0.35%(5만1000주)를 받았다. 2007년생인 차남 호중씨는 만 1세 직후인 2008년 10월을 시작으로 증여가 이어졌다. 현재 호성·호중씨의 지분율은 각각 2.04%로 동일하다. 이날 종가(14만5500원) 기준 2878억원 규모다.
‘주가 더 뛴다’…곽동신 부회장의 자신감
통상 오너 일가의 주식 증여는 증시에서 저점 시그널로 간주된다. 증여세는 주식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해서다. 하지만 한미반도체는 올해 들어 주가가 140% 폭등한 상황에서 증여가 이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는 엔비디아 열풍과 맞물리며 지난 6월 한때 19만6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실제 한미반도체는 최근 자사주 취득과 설비투자 확대도 함께 결정했다. 한미반도체는 전날 500억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한지 하루 만에 HBM용 TC본더 생산라인 증설에 293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주식 증여, 자사주 취득, 설비투자가 동시에 진행된 점에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는 HBM 시장 상승으로 인한 제조 서플라이 체인의 수혜를 기대해볼만 하다”며 “상승하는 주가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지속적인 신규 장비 개발에 따른 매출 증가와 HBM 시장 점유율 확대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한미반도체 3세들이 지분을 2%대까지 늘리면서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오너 2세인 곽 부회장은 지난 2005년 한미반도체 상장 당시 지분율이 2.59%에 불과했으나 2007년(12.6%)과 2008년(27.42%) 2년간의 증여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1974년생인 곽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를 당시 만 34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15년 내에 3세 경영의 서막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곽 부회장과 그 아들들로 승계 구도가 명확하다는 점도 돋보인다. 곽 부회장은 위로 혜신(65년생), 명신(67년생), 영미(69년생), 영아(71년생)씨 등 누나 넷을 뒀는데, 모두 지분이 4%대로 높지 않다. 굵직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미약품(128940), 효성(004800), 아워홈 등이 대부분 형제간의 비슷한 지분이 도화선이 됐던 만큼 추후 분쟁 리스크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의 네 딸들은 작고한 곽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주식에 대한 신고를 마쳤다. 과세 당국에 따르면 상속세액은 총 5295억원으로 책정됐다. 대주주 지분에 따른 상속세율 60%를 적용하면 상속세액은 총 3177억원으로 추정된다. 1인당 794억원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