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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가 2020년 6월 26일 숨진 배경에는 감독과 주장 선수 등의 가혹행위에 수년간 노출된 상황이 존재했다.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 선수로 활동할 당시 평소보다 체중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빵 20만원어치를 먹게 하거나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간 굶게 하는 등 행위가 대표적이었다.
조사 결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었던 김모씨의 범행은 최 선수가 공식 입단하기 전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 선수가 2016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경주시청 훈련에 참가했을 때는 체중 조절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또 같은 해 국외 전지훈련에서는 주장이었던 장모씨의 운동화로 뺨을 때리거나 장씨가 최 선수를 폭행하는 것을 묵인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장씨는 최 선수에게 욕설하며 멱살을 잡거나 머리를 때리고 다른 선수를 시켜 최 선수를 폭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최 선수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속팀 선수들을 모아놓은 뒤 머리를 때리고 어깨를 밀치기도 했다. 당시 장씨의 폭행에 노출됐던 피해 선수들만 11명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팀닥터’로 불린 안씨는 최 선수 외에도 소속 팀 선수들 여러 명을 폭행하고 가혹행위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없었음에도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으며 일부 선수들을 성추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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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폭력 행위에 시달리던 최 선수는 숨지기 세 달여 전 김씨를 비롯해 안씨, 장씨와 또 다른 선배 선수 김모씨 등 4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 등의 영향력이라면 자신이 부산시청으로 이적한 뒤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수하고도 용기를 낸 것이었다. 최 선수의 가족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들의 가혹행위와 관련된 진정을 내기도 했다. 최 선수가 숨지기 하루 전날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조치는 최 선수의 죽음으로 사건이 드러난 뒤에서야 이루어졌다. 김씨와 정씨에게는 영구제명 처분이 내려졌으며 또 다른 가해 선수 1명에게는 자격 정지가 결정됐다. 김씨 등은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최 선수에게 폭행 및 폭언한 적이 없다고 증언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대한철인3종협회가 최 선수의 사망 4개월여 전 피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즉시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시와 협회가 선수 보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던 것이 입증된 셈이었다.
이후 스포츠계 안팎에선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스포츠 인권침해 사건을 통합해 관리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으며 초·중·고교에 재학하는 학생 선수 6만여명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폭력 피해 전수 조사가 이뤄진 것이었다. 정치권은 2차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른바 ‘최숙현법’)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최숙현법’은 2021년 2월부터 시행될 수 있게 됐다.
가혹행위 당사자였던 김씨 등에 대한 법적 처벌도 뒤늦게나마 이뤄졌다. 최 선수를 포함한 소속팀 선수들에게 직접 가혹행위를 한 김씨와 안씨는 폭행,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7년, 징역 7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감독이었던 김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씨와 또 다른 선배 선수 김씨에게는 징역 4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