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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한 아들이 방황하는 동안 생계는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식당 주방 일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작은 장사 따위를 도맡아 하며 아들을 대신해 생계를 이끌어 나갔다. 그렇게 어머니가 벌어 온 200만 원 안팎의 수입이 이들 모자의 수입 전부였다.
그러던 2018년, 어머니가 허리 통증으로 일을 못 하게 되자 두 사람의 경제적 사정은 매우 악화됐다. 모자는 더 작은 집으로 옮겨 보증금 차액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 나갔다. 어머니는 일을 그만둔 무렵부터 치매 증상을 보였다. 지난해 초부터는 아들을 잘 알아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혼자서 가스 불을 끄지 못하는 등 보호자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척추질환에 이어 녹내장까지 덮쳐 몸과 마음이 모두 쇠약해졌다.
10년 넘게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아들을 위해 식당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끝내 아들의 손에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A씨는 유서를 준비해 놓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재판대에 서게 됐다. A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을 낳고 길러 준 어머니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용납되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A씨는 주변 친인척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채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치매와 지병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워진 60대 노모를 흉기로 살해한 아들의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환)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양형 부당 사유는 1심 양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이라며 “피해자의 치료·보호를 위해 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않은 사정이나 나름의 노력, 어머니와의 정서적 유대감 등을 고려해도 양형을 변경할 새로운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