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에 뒤진 과학기술, 특단 대책 세워야

  • 등록 2024-03-04 오전 5:00:00

    수정 2024-03-04 오전 5:00:00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주요 5개국(한국·미국·유럽연합·일본·중국) 과학기술 수준 비교 결과다. 2022년에 미국의 과학기술 수준 대비 중국 82.6%, 한국 81.5%로 우리가 1.1%포인트 뒤진 것으로 평가됐다. 2020년에는 한국 80.1%, 중국 80.0%로 우리가 간신히 0.1%포인트 앞섰지만 이후 뒤집혔다. 거슬러 올라가 2012년에는 한국 77.8%, 중국 67.0%로 우리가 10.8%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최근 10년간 우리가 주춤거리는 사이 중국이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는 11개 분야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 전반에 대한 비교 결과다. 그 가운데 50개 ‘국가전략기술’로 범위를 좁혀 보면 중국 약진, 한국 부진의 모습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국가전략기술 수준 대비 중국은 86.5%로 일본(85.2%)보다도 앞섰지만 한국은 81.7%로 중국에 4.8%포인트나 뒤졌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경우 10년 사이 중국은 67.5%에서 87.9%까지 수준을 높인 반면 한국은 82.2%에서 82.6%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이차전지 분야에서만 최고 수준이고 첨단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로봇, 인공지능 등 많은 분야에서 뒤떨어졌다.

한국은 과학기술에서 중국에 추월당하면서 주요 5개국 중 꼴찌가 됐다. 과학기술 수준이 미래의 산업경쟁력과 국력을 가장 정확하게 예고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국가의 명운이 위태롭다. 우리의 과학기술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속히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책임이 크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가 중국 정부의 과감한 리더십과 꾸준한 투자가 낳은 성과라는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의 과학기술 분야 투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는 다른 주요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적했듯이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의 총괄적 혁신에는 나서지 못하고 관행적 예산 조정에만 급급하다 보니 투자의 효율성이 매우 낮다. 더 늦기 전에 선택과 집중, 건수보다 성과에 기반을 둔 종합적 과학기술 중흥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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