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 유럽 5개국 독점판매권 및 공급계약 체결을 공시로 밝혔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독점 공급 및 판매하는 내용이다. 계약기간은 제품 판매일로부터 10년이며,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다. 계약 총금액은 2000만 유로(약 280억원), 계약금 및 마일스톤 세부 사항은 계약서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11월 28일 해외 제약사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 공급 및 독점판매권에 대한 바인딩 텀싯 체결을 발표한 후 약 1년만에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본 계약 체결 시기를 4번이나 연기했고, 무려 6번의 공시를 냈다. 연기 이유도 최종임상 보고서(CSR) 수령 지연, 사전충전주사제형(PFS) 최종테스트 관련 실사(Due Diligencs), PFS 실사 지연 등 다양했고 우여곡절 끝에 본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순매출 50%→이익 50%, PFS 실사가 영향 미쳤나
하지만 지난 9월까지 순매출 50%였던 이익 공유 방식이 본계약에서는 이익의 50%(분기별 정산)로 변경됐다. 순매출은 제품에 붙는 세금 등 발생하는 비용을 제외한 대가 금액을 뜻하고, 이익은 매출에서 마케팅 비용, 관리 및 유지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따라서 삼천당제약의 이익 공유 변경에 따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유럽 시장에 판매해 얻을 수 있는 매출 파이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바인딩 텀싯 체결 관련 5월 4일 공시를 살펴보면 프로핏 쉐어링 정산 시기 및 정산 방법 조건 논의 중이라는 언급이 있고, 7월 3일 공시에서는 프로핏 쉐어링 정산 방법 등에 대한 얘기는 없이 PFS 특허 및 시험 성적 실사가 마무리됐다고 했다. 당시 공시와 9월 27일 공시까지 프로핏 쉐어링은 10년간 유럽 15개국 판매로 발생하는 순매출 50%로 기재돼 관련 논의는 마무리된 것으로 인식됐다.
특히 정황상 이익 공유 변경은 PFS 실사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천당제약은 9월 공시를 통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PFS 실사 지연 소식을 알렸는데, 이후 지난 20일 체결한 본계약에서 이익 공유 방식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마지막 단계에서 이익 공유 방식이 변경된 것은 기존 방식보다 삼천당제약에게 불리한 조건”이라며 “매출이 아닌 이익을 기준으로 수익을 나눈다면 삼천당제약이 가져올 수 있는 매출 규모가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가치 평가↓? 협상력에서 밀렸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계약을 살펴보면 계약 체결을 확정하기 위해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15개국 계약에서 5개국 먼저 발표를 한 것도 그렇고, 핵심 계약 내용인 이익 공유 방식도 기존 대비 불리한 방식이지만 계약 체결을 위해 어느정도 감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변호사는 “당연히 매출의 50%를 받는 방식이 (삼천당제약)회사 측에는 유리하다”면서 “계약상 공개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만, 계약 상대방이 매출 50% 이익 공유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익 50% 방식으로 변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오 투자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삼천당제약이 계약 상대방과의 협상력에서 밀린 것”이라고 평가하며 “미국과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가격이 무너지면서 영업하는 기업이 오히려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는 이와 관련 삼천당제약 측에 △매출 50%에서 이익 50%로 이익 공유 방식 변경된 이유 △계약 변경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조만간 회사에서 추가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