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를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환자가 대면 진료를 받은 의료기관에서는 질환 종류가 다르더라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지고, 대면 진료 후 1개월 이내인 비대면 진료 가능 기간이 6개월까지로 늘어난다. 섬과 벽지에 한정된 초진 비대면 진료 허용 지역은 전국 98개 응급의료 취약 시·군·구로 확대된다. 휴일과 야간의 초진 비대면 진료 대상을 18세 미만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이용자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금지된 상태에서 시범사업에 그치는 데는 변함이 없다.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제도화를 놓고 정부가 의사단체의 반대에 막혀 차일피일하는 가운데 국회가 관련 입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5건 계류 중인데 여야가 최근 상임위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등 정치 일정에 비추어 볼 때 내년 5월까지인 21대 국회 임기 안에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대면 진료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가 금지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하나뿐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온라인으로도 의사와 환자가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약 처방만 받는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나 감기를 비롯한 경증 질환자도 의사를 만나러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이에 따른 불편과 비용이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대로는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플랫폼 등 관련 신산업 발달도 억제될 수밖에 없다. 이 분야의 국제경쟁에서 도태될 우려도 크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시기 2년여를 통해 효율성은 물론 안전성도 충분히 입증됐다. 정부와 국회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