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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민간인을 산에 묶어두고 떠나기도 여의찮았다. 그대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다. 본부에 보고하고 명령을 따르고자 해도 그럴 수 없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 막혀 통신이 두절돼 버린 탓이다.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었다. 대원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전쟁범죄를 감행하더라도 사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놓아주자는 의견이 우세해 그렇게 했다. 이때부터 작전은 수가 틀리기 시작한다.
여전히 통신이 먹통이어서 지원을 요청할 수 없었다. 그러자 대원 한 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지대로 올라가 위성 전화로 본부와 교신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대원은 총격을 받아 전사했다.
구조 요청을 받은 미군은 동료를 구출하고자 긴급 출동했다. 구조대를 실은 수송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착륙 직전 추락했다. 이로써 탑승 인원 16명 전원이 사망했다. 탈레반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이 추락 원인이었다. 무장 헬기의 호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한 것이 화를 불렀다. 서투른 작전이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작전은 취소되고 구조대는 퇴각했다.
이제 현장에 남은 대원은 마커스 러트렐 병장이 유일했다. 교전 도중 대원 2명이 더 전사한 것이다. 러트렐도 심한 총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산악 지대를 지나던 아프간 민간인에게 구조됐다. 곤경에 처한 이방인을 돕는다는 전통에 따른 것이다. 러트렐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본대에 구조를 요청해 구조됐다. 작전 투입 엿새 만이었다.
이로써 작전에 성공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미군 작전은 애초 허술한 측면이 있었다. 통신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적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뼈아픈 실수다. 아울러 애초 탈레반이 미군의 작전을 파악하고 대응한 것이지, 산에서 풀려난 민간인의 제보를 받고 공격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미군 19명이 전사한 이 작전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겪은 최악의 작전 실패로 기록된다. 작전은 훗날 영화 ‘론 서바이버’로 각색됐다. 유일한 생존자 레트럴의 구출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