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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채용 공고에 소프트웨어(SW) 이름 쓰지마세요.”
오래 전부터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돌던 이야기 중 하나다. 채용 공고에 ‘xxx 소프트웨어 경험자’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면 해당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공고를 낸 업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해 수백~수천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는 도시 전설과 같은 이야기.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자신과 협업하는 법무법인을 통해 정당한 라이선스를 구입하지 않고 사용하는 기업들을 적발해 고소하고, 손해 배상을 청구하곤 한다.
물론 자신의 권리를 정당한 권원없이 사용하는 자를 상대로 손 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정의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유독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상대로 가혹하게 적용되는 것은 안타깝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혹은 이들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대리인은 소프트웨어 집중 단속 시기나 공개 채용 기간에 ‘소프트웨어 감사를 하겠으니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낸다. 감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저작권 침해로 형사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도 빼놓지 않는다.
이때 법무법인들은 ‘옳다구나’하며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입)을 하지 않을 경우 형사 고소하겠다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경험이 없는 경영진에서는 소송이나 일이 늘어지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해 다퉈보지도 않고 상대방이 요구하는 금원을 지불하곤 한다.
회사 재정이 넉넉해 합의를 마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마냥 상대방 법무법인의 의견을 따라야 할까. 잉글랜드 출신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며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상대방 법무법인이 요구하는 손해 배상액의 근거가 적법한지, 나는 도대체 무슨 법률을 위반해 이런 고통을 얻게 됐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내용증명이나 경고장을 받았을 때, 거기에 기재된 대로 우리가 라이선스를 위반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이 맞는지 전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사도, 감사를 실시하는 법무법인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인에서 이미 10개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어도 경고장이 날아올 수 있다.
혹자는 합의를 하지 않고 형사 처벌을 받고 끝내려 하는데,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처벌은 몇백 만원의 벌금에 그치겠지만, 뒤이어 진행되는 민사 소송은 수천만원이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로 경고장이나 내용증명을 받으면 우선 1) 우리가 정말 라이선스를 침해한 것이 맞는지 2) 침해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회신을 하고 3) 침해를 인정한다면 신속히 합의를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합의는 직접 하는 것보단 전문가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다. ‘회사 매출이 적자다, 라이선스를 침해한 것은 신입사원이었다, 한 번만 봐 달라’와 같은 이야기는 저작권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상대방에서 청구한 합의금이 과도함을 주장하며 법리적으로 적정 수준의 합의금을 도출하는 것이 유효하다. 이와 같이 소프트웨어 저작권침해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소프트웨어 저작권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사건의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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