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 코스피 바닥 확인 아직 더…숨죽인 증권가

코스피 2445→2381→2372→2391 마감
하락폭 줄였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 고개
계기만 있으면 오를 텐데 ‘불씨’ 아직
  • 등록 2022-06-21 오전 12:15:51

    수정 2022-06-21 오전 12:15:51

[이데일리 이지현 이은정 김보겸 김소연 기자] “18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했지만, 이번 국면이 역대급으로 어렵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주식전략파트장)

증시가 20일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증권가에서 코스피 바닥이라고 봤던 2400선이 뚫렸다. 오전 9시 개장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2445선에서 시작하며 상승분위기가 감돌더니 순식간에 내림세로 돌아서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2400선을 뚫고 내려가 2372선까지 확인했다. 코스닥도 4% 넘게 하락하며 끝 모를 바닥으로 향했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증권가 투자전략 전문가들도 “방법이 없다”고 고개를 젓고 있다.

문제는 현재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두어 번 더 올 수 있다고 봤다. 증시 전략가들은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잠시 미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증시 정중동 속 셀 코리아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90포인트(2.04%) 하락한 2391.0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445.02에서 상승 출발했지만, 장중 2372.52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2020년 11월 5일의 2370.85 이후 최저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2390~2415선의 경우 12개월 선행 예상실적기준 주가수익률(PER), 주가순자산비율(PBR), 확정실적 PBR 상으로 2010년 이후 평균의 -1 표준편차 수준으로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2020년 3월 저점 이후 2021년 6월 고점까지 상승폭의 50% 되돌림 수준”이라며 지적했다.

코스닥지수도 804.88로 800선 회복을 알렸지만 바로 하락폭을 키우며 4.44% 내린 763.26까지 도달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며 일부 하락폭이 줄어 결국 269.92(-3.60%)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에서 8135억원어치를 덜어내며 ‘셀 코리아’를 견인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파트장은 “계속된 원화 약세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며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그걸 달러로 바꾼다면 외국인의 매도 액션과 더불어 또다시 원화 약세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글로벌 증시 중에서도 코스피 시장에서만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중국 심천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 등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상해종합지수(-0.04%)와 일본니케이225지수(-0.74%)는 보합세를 보였다. 대만가권지수도 1.25%로 추가 하락을 방어하며 장을 마무리했다.

이경민 팀장은 “(국내) 투자심리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위축된 상황으로 단기 변곡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2400선을 중심으로 심리와 수급 변동성에 의한 급등락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떨어지는 칼날”이라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재 투자심리가 완전히 깨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두 번 더 흔들림이 오다가 오르긴 할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계기가 없는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왕관의 무게 견뎌라…반등 계기 확인 必

매도를 고민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가가 흘러내리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코스피가 3.52%나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만 6678억원어치를 담았다. 하지만 이날은 1834억원어치를 담는데 그쳤다.

이경민 팀장은 “(현재) 매도 실익이 크지 않다”며 “매도에 동참하기보다 시간이 흐른 뒤 상황을 파악하며 대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재환 팀장도 “팔면 열흘쯤 마음이 편하겠지만 이후 오르면 왜 팔았을까를 후회할 수 있다”며 “당분간 (시장을) 보지 말고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유가 추세적 하향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0.75% 인상 시나리오 시장 흡수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휴전과 같은 전격적인 상황 반전 또는 물가지표 추세 하락 등의 지표가 확인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훈 파트장은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다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거나, 인상을 중단하고 금리를 내리는 국면이 1차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사우디와 원만하게 합의해 유가 끌어내리는 데 합의할 경우 기대 인플레가 꺾여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파트장은 “하락장 대응전략으로는 베어장(하락장) 속에서도 가격경쟁력을 갖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업종별로 반도체, 자동차, 유통, 백화점, 호텔, 레저 등이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를 적극적인 매수 시점으로는 보지 않았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먼저 조정받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서서히 저점 분할 매수 가능 시점이지만, 충분히 반도체 대형주의 안정 이전까지는 당분간 다른 주식의 의미 있는 포트폴리오 편입 여부·시점을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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